▲ 새정치연합의 당직자들만이 남아 마지막 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손학규, 김두관이라는 거물급 정치인을 1선에 배치하고 선거막판 야권연대까지 이루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15개 의석이 걸려있는 이번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가장 보수적으로 잡았던 5석 사수에 실패했고 고작 4석을 얻는 데 그쳤다. 오히려 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전남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치명타를 당하면서 이번 선거는 정부심판이 아니라 야당심판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사실 이번 재보선 시작 전부터 새정치연합의 패배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재보선은 투표율이 높지 않아 여당이 유리하다는 선거공식 때문만은 아니었다. 공천불협화음으로 시작한 야권의 분열은 국민들의 눈에 권력다툼으로 보였다. 유병언 부실수사에서도 야권은 꾸준히 음모론을 제기하며 세월호 피로감을 호소하는 민심을 읽지 못했다. 특히 정권심판론과 야권연대 외에 어떤 전략과 정책도 없었다. 새누리당이 경제살리기와 안정된 국정운영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한데 비해 새정치연합은 국민들에게 어떤 미래 비전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패배요인1. 공천 불협화음

새정치연합은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개혁 공천’이라는 명분으로 기동민 전 서울시정무부시장을 서울 동작을에 전략공천했다. 광주에 공천을 신청했던 기 전 부시장을 서울로 올리고 그 자리에는 권은희 후보를 공천했다. 권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심판론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동작을 출마를 준비했던 당내 인사들의 거친 반발을 샀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오른팔이라 불렸던 금태섭 전 대변인이 대변인직을 사임했고,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은 ‘패륜 정당’이라고 비난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국민들의 눈에는 국회의원이라는 배지를 두고 새정치연합이 자중지란에 빠진 것으로 보였다.

더구나 권은희 후보는 경찰에 사직서를 제출할 당시 스스로 출마는 없다고 했음에도 이를 번복하고 결국 광주에 출마했다. 새정치연합의 지지가 강한 광주지역에서도 권 후보 공천에 시민들은 혼란스러웠고 결과는 22.3%라는 저조한 투표율로 나타났다.

▲ 새정치연합 지도부,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

◇ 패배요인2. 유병언 부실수사 부메랑

검·경의 유병언 부실수사에 대한 문제제기도 도를 넘었다는 분석이 많다. 유병언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검·경의 해묵은 수사권 갈등과 수사공조 문제가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전남경찰청장이 직위해제 당하고 인천지검장이 사임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여기서 새정치연합은 한 걸음 더 나갔다. 유대균과 조력자 대부분이 검거된 상황에서도 유병언의 사망 시기에 대한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다. 박지원·박범계 의원은 일부 경찰과 지역민들의 녹취록을 증거로 유병언의 죽음을 음모론으로 몰고 갔다.

검·경의 부실수사 문제를 제기하며 무리하게 정권심판론과 연결시키려 했다. 여기에 국민들이 느끼는 세월호 피로감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 패배요인3. 야권연대가 유일한 선거전략

새정치연합의 패인에는 선거전략의 부재도 꼽힌다. 새누리당은 ‘경제살리기’와 ‘정치 안정’이라는 당의 명확한 메세지를 제시했다. 세월호 피로감과 경기 침체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들에게 이 점은 먹혀들었다. 반면에 새정치연합이 들고나온 전략은 오직 정권심판론 밖에 없었다. 지역별 혹은 후보별로 개별 공약과 전략이 있었겠지만, 새정치연합이라는 당 전체가 추구하는 목적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유일한 선거전략인 야권연대도 이미 골든타임을 넘겨 빛이 바랬다. 개표결과 나경원 후보와 노회찬 후보의 표차보다도 무효표의 숫자가 많았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이 골든타임을 넘기기 전 적극적인 야권연대를 추진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더구나 야권연대도 당 차원이 아닌 기동민 후보의 개인적 사퇴로 겨우 이뤄졌다. 야권연대를 앞두고 새정치연합이 정책적으로 협의하고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민들의 눈에는 지지율 격차가 심하기 때문에 마지못해 합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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