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기일이 당초 4일에서 12일로 연기되면서 법조계와 검찰 안팎에서는 이재현 회장에 대한 형량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기일이 당초 4일에서 12일로 연기됐다. 법조계와 검찰 안팎에서는 이재현 회장에 대한 형량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조세포탈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오는 12일로 연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연기한 이유에 대해 “기록 검토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 선고 하루 앞두고 갑자기 선고기일 변경 ‘왜’

이 회장의 항소심 선고 결과에 초미의 관심을 집중하고 있던 재계와 법조계 등은 재판부의 이 같은 변화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고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일정을 미룬 배경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법조계에선 재판부 스스로가 선고기일을 미룬 만큼 내부적으로 양형에 대한 합의가 안된 것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회장의 항소심 선고 결과에 대해 재계는 물론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보니 재판부가 최종 결론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방증이란 것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양형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집행유예’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결정적인 배경은 이 회장의 ‘건강문제’다. 이 회장은 희귀난치성 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을 앓고 있는데다 신부전증으로 신장이식수술까지 받은 상태다. 특히 이 회장은 신장 이식 이후 유전병이 겹치면서 70~80㎏이었던 몸무게가 40㎏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14일 항소심 6차 결심공판에 출석한 이 회장의 모습은 한 눈에 보기에도 처참할 정도였다. 현재 상태라면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한다 하더라도 형집행정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선 재판부가 이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한다면 ‘집행유예’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회장에 대한 형은 징역3년 이하로 낮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 탈세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 회장이 항소심 4차 공판을 받기 위해 지난 7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휠체어를 타고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여기에 최근 범삼성가가 이 회장의 선처를 요구하며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여사,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 범삼성가는 탄원서를 통해 “이재현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아 지금 상태로는 수감생활을 견뎌낼 수 없으니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삼성그룹과 CJ가 유산 문제를 놓고 극한의 갈등상황까지 치달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삼성가의 탄원서 제출은 이례적인 행동이었다.

무엇보다 법원이 지난달 28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에게 4년 실형선고 하고도 회사를 정상화시키라는 이유로 법정구속하지 않은 점, 최근 정부에서 경기부양정책과 더불어 기업 살리기 움직임이 있는 점 등으로 인해 좋은 결과가 나올 여건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전망도 일고 있다.

다만 다른 재벌총수와의 형평성 문제를 비롯해 부정적 여론이 커질 수 있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지난해 1월 횡령 등의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년 7개월째 의정부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다.

당초 4일로 예정돼 있던 이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비상대기’ 중이었던 CJ그룹 임원들은 항소심 선고기일이 연기된 데 대해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여전히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재판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섣불리 전망할 수 없기 때문이다. CJ그룹 측은 오는 12일 어떤 판결이 나올지를 놓고 다양한 가능성을 점검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1,6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어 검찰은 지난달 14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에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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