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산을 출연해 만든 청계재단에 대한 운영 투명성과 본래 목적인 장학사업의 현황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사실상 ‘문전박대’다. 청계재단은 기자의 취재 협조를 단칼에 거절했다. 그것도 사무실 문 앞에서. 청계재단 관계자는 16일 기자가 누른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고 신원 확인에 나섰으나, 이윽고 “인터뷰 안 한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문 앞에서 바라본 사무실 정면에는 미소 짓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청계재단은 이 전 대통령이 지난 2009년 9월 재산을 출연해 만든 장학회다.

◇ MB 후원회장, 큰 사위 국감 증인대 설까?

청계재단은 취재 요청은 물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 관련 자료 요청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 수익과 장학금 지급 현황 등 관련 자료에 대해 요청하고 있는 단계이나 현재로선 재단 측이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기재위 소속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측의 귀띔이다.

앞서 김 의원은 공익법인의 철저한 사후관리 필요성을 지적하며 공익재단의 점검 차원으로 청계재단 송정호 이사장과 이상주 이사의 증인 채택을 주장했다. 송 이사장은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후원회장을 지낸 바 있고, 이 이사는 이 전 대통령의 큰 사위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발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송 이사장과 이 이사에 대한 증인 채택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계재단은 공익재단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송 이사장과 이 이사의 증인 채택 여부를 둘러싸고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신경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국감에서도 청계재단이 도마 위에 올랐다. 차입금 상환과 이에 따른 장학금 감소가 비판을 샀던 것. 당초 청계재단은 설립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건물 및 토지(서초동 1717-1)를 담보로 대출받은 30억원의 빚을 떠안았다. 이후 재단은 이 전 대통령이 진 빚을 갚기 위해 은행에서 5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에 따라 청계재단은 매년 2억원 이상의 대출 이자를 갚고 있다.

▲ 청계재단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강남권 3개의 건물을 증여받아 그 건물에 대한 임대료와 관리비 수입으로 재단 운영 및 경비에 활용하고 있다. / 사진=소미연 기자
반대로 청계재단에 납입된 기부금은 한국타이어의 기부금이 중단된 2012년부터 전무하다. 부동산이나 주식 매각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장학금 지급은 해마다 줄었다. 장학금이 지급된 첫 해 2010년에는 6억1915만원이 쓰였으나 ▲2011년 5억7865만원 ▲2012년 4억6060만원 ▲2013년 4억5395만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지난 4년간 21억1235만원이 장학금으로 지급되는 동안 은행 대출금 이자는 10억6211만원이 지출됐다. 대출금 이자가 장학금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계재단은 지난 2월 이사회를 열고 재단 직원들의 임금을 10% 인상하기로 했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며 50억원의 차입금 상환 기간을 2012년 9월21일에서 2015년 11월1일로 연장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교문위 소속 박홍근 의원이 “공익법인법에 따라 상당한 세금을 감면받고 있는 청계재단이 본래 목적인 장학사업은 소홀하고 설립자 채무상환에 주력하는 등 비정상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와 관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6일 열린 국감에서 청계재단이 약속한 상환 계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재단 설립 취소 검토를 알리는 엄중 경고를 하겠다”면서 “필요하다면 법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 강남권 건물 세 개 보유, “재단에서 금전 관리”

향후 청계재단에 대한 국세청의 감사와 서울시교육청의 실태조사가 실시될 경우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임대수익이다. 청계재단은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3개의 건물을 증여받아 그 건물에 대한 임대료와 관리비 수입으로 재단 운영 및 경비에 활용하고 있다.

첫 번째 건물은 서초구 양재동 12-7 빌딩이다. 과거 영일빌딩으로 불린 이 건물은 지난 2007년 대선 직전에 “빌딩의 지하에서 성매매 업소가 영업 중”이라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임대차 계약이 2008년 3월까지로, 여러 차례 비워달라고 요청했으나 함부로 임차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었던 해당 건물의 지하층은 현재 호프집과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1층과 2층은 각각 고깃집과 모임공간이 차지했다. 3층은 학원으로 운영되다 여름부터 빈 상태다. 4층과 5층은 모 전문학교가 임대받아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 건물은 서초구 서초동 1717-1 빌딩이다. 과거 이 건물에서 ‘희래등’이란 이름으로 중국집을 운영하던 임차인이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6억원 상당의 부당이익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사건은 올해 3월, 법원이 이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으나 임차인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항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이 건물엔 삼계탕집과 한정식집으로 바뀌었다.

세 번째 건물은 서초구 서초동 1709-4번지의 영포빌딩이다. 이 건물 5층에 청계재단이 들어서 있다. 이외 법률사무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세 개의 건물은 모두 청계재단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 건물 관계자들은 청계재단의 임대수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하나같이 “잘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빌딩의 시설 관리 및 유지를 담당할 뿐 임대계약 등 금전적인 부분은 모두 재단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것. 한 관계자는 16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학생들 장학금 주는 재단으로만 알고 있다”면서 “우리가 물어봐도 (재단 측에서) 알려줄 턱이 없고, 알아봐야 골치 아프니 모르고 있는 게 속 편하다”고 말했다. 앞서 청계재단은 공익법인 결산서류등 공시시스템을 통해 2013년 임대료 및 관리비 수입을 14억3960만원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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