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두산그룹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대출 비율이 95%에 이른 것으로 드러나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두산그룹의 3~4세 대주주 일가들이 지주사 두산과 두산건설 주식을 담보로 거액의 대출 받은 것으로 드러나 자금 용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을 금융권에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의결권 행사에 지장을 주지 않고 손쉽게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기업 총수일가들이 선호하는 자금조달 방법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30대 그룹 3곳 중 2곳의 대주주 일가는 금융권에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겐 총수일가의 과도한 ‘주식담보대출’이 반가운 이슈가 아니다. ‘투자 위축’을 일으킬 수  있고,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폭락할 경우 ‘반대매매(대출금 회수)’의 위험에 노출돼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부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경영권이 넘어가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주식담보대출 비율 95.1%…30대 그룹 중 최고 

그런데 최근 두산그룹의 대주주 일가가 ‘주식담보대출’을 유별나게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관심을 받고 있다. 주식담보대출 비율이 95.1%에 달해 30대 대기업 그룹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CEO스코어의 조사에 따르면 두산그룹 대주주일가 15명의 주식담보대출액은 지난 10일 종가기준으로 8,938억원으로 총 주식자산(9,401억 원)의 95.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두산 대주주 일가 33명 가운데 절반이 자신의 주식 대부분을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두산그룹의 대주주 일가 모두 지주사 두산과 두산건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담보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일가와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일가였다. 이들의 주식담보대출 비율은 동일하게 98.4%에 달했다.

▲ 두산 대주주일가의 주식담보대출 현황(자료 출처:CEO스코어)

우선 박용곤 명예회장 일가는 총 주식자산 3,138억원 중 3,086억원을 담보로 잡혔다. 장남인 박정원 두산(주) 회장이 1,40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차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이 938억원, 박혜원 두산매거진 469억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박용곤 명예회장이 270억원의 주식을 담보로 잡혔다.

이어 박용성 회장 일가는 장남인 박진원 지주사 두산 사장이 803억원, 차남인 박성원 두산엔진 전무가 656억원, 박용성 회장 640억원을 잡혔다.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일가는 총 주식자산 2,135억원 중 2,100억원을 담보로 잡힌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 일가는 총 주식자산 1,744억원 중 1,650억원(94.6%)을 담보로 잡혔다. 

◇ 3세보다 4세가 더 많아 

전체적으로 주식담보대출액은 3세보다 4세가 훨씬 높은 편이었다. 이는 3세대가 보유 중이던 주식 상당부분을 4세대에 승계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이들의 주식담보대출이 ‘증여세’ 납부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되기도 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대주주 일가의 개인적인 일이라 대출 배경과 사용처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며 “다만 증여세 납부하고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대부분 4세에게 주식 증여를 했기에 투명하게 오픈이 됐다”며 “증여세 납부와 주식 담보대출과는 시기적으로 안 맞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주식담보대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의 시선에 대해선 “걱정할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대주주 각각이 보유한 지분율이 크지 않은데, 만약 일부 주주 지분에 대한 반대매매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불안한 시선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영권과 관련이 있는 대주주 일가의 지분이 대부분이 담보로 잡혀 있다는 점은 어쨌든 불안요소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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