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실패한 것은 비단 ‘새정치’ 뿐만이 아니다. 계파정치 청산의 일환으로 기득권 포기를 주장했던 그는 결국 자기 사람마저 잃었다. 단순히 ‘자리’ 하나 챙겨주지 못해서가 아니다. 안 전 대표의 멘토들은 역량 부족을 지적했고, 참모진들은 실망감을 토로했다. 사실상 ‘안철수 바람’이 빠지기 시작한 셈. 이 같은 현상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안 전 대표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 송호창·박인복·이태규 외 참모진 전무
현재 안 전 대표의 곁에 남은 ‘안철수계’ 핵심 인사는 세 사람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송호창 의원과 박인복 홍보위원장, 이태규 당무혁신실장이다. 이들은 2012년 대선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 전 후보의 진심캠프에서 요직을 맡아 힘을 모았다. 송 의원은 공동본부장으로 캠프에 합류했고, 박 위원장과 이 실장은 캠프에서 각각 민원실장과 미래기획실장을 맡은 바 있다. 이들을 제외한 다른 인사들은 캠프 해산에 이어 안철수 신당 창당이 무산되면서 정치판을 떠났다.
특히 송 의원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던 박선숙 전 민주통합당 의원과 김성식 전 한나라당 의원은 언론의 접촉마저도 부담을 나타냈다. 박 전 의원은 “앞으로도 공식적인 활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고, 김 전 의원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활동 계획이 아직 없다. 지금은 책임 있게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취재 결과, 박 전 의원은 중부대 교양학과 초빙교수 자격으로 월요일마다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특별한 활동 대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소통의 끈을 이어갔다.
본부장 3인방에 이어 핵심 참모였던 유민영 대변인, 금태섭 상황실장, 강인철 법률지원단장, 조광희 비서실장도 여의도와 거리를 두고 있다. 대선 캠프 출범 이전부터 일찌감치 안 전 대표의 ‘입’ 역할을 맡았던 유 대변인은 캠프 해산 이후 위기전략컨설팅 회사를 차리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돌아갔다. “생각했던 상황과 다르다”는 게 이유다.
이와 함께 안 전 대표의 정치사에서 개국공신과 다름없는 금 상황실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대변인으로 활약했으나 7·30재보선을 앞두고 대변인직을 던졌다. 서울 동작을 공천 탈락의 충격이 컸다는 게 당 안팎의 설명이다.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간 금 상황실장은 “안 전 대표와 연락을 안 하고 있다. 당분간 만날 계획도 없다”며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금 상황실장과 함께 변호사 그룹을 형성했던 강 법률지원단장과 조 비서실장도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 다만, 조 비서실장이 7·30재보선 당시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안 전 대표의 몫으로 참여하면서 당내 영향력을 가진 측근으로 해석됐지만, ‘금배지’가 없는 이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게 당 안팎의 공통된 생각이다.
◇ “멘토만 300명이라더니…” 모두 어디에?
안 전 대표의 멘토 4인방으로 불렸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최장집·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 법륜 스님 가운데 안 전 대표의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최상용 교수가 유일하다. 최 교수는 현재 안 전 대표의 후원회장으로 알려졌다. 그가 안 전 대표에 대해 “중용의 적임자”로 평가한 것과 달리 다른 세 사람은 입을 닫거나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가장 먼저 안 전 대표에게 등을 돌린 윤 전 장관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말했고, 최장집 교수는 “역량이 모자라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최장집 교수의 바통을 이어 안 전 대표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을 맡았던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최근 이사장직을 사퇴했다. 앞서 최 교수는 내일의 초대 이사장을 맡았으나 불과 3개월만인 지난해 8월 사퇴했다. 이를 두고 안 전 대표는 “최 교수가 이사장직을 맡은 이후 학자적 양심을 갖고 하는 말도 주위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해석하다 보니 많이 힘드셨던 것으로 들었다”고 설명했으나 최 교수의 측근들의 생각은 달랐다. 최 교수가 평소 안 전 대표의 행실에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다는 후문이다. 윤 전 장관의 사퇴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