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굴지의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극장을 소유하고 있는 CJ가 특정 영화의 개봉을 지연하다 끝내 폐기하려한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CJ 측은 사실무근이며 지나친 억측이라고 일축했지만, 특정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 영화 '소수의견' 스틸컷.
논란이 된 영화는 김성제 감독의 감독 데뷔작인 ‘소수의견’이다. 손아람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윤계상과 유해진, 김옥빈, 이경영 등이 출연한다.

‘소수의견’은 이미 지난해 모든 제작을 마쳤다. 하지만 1년 반이 넘도록 관객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배급사인 CJ E&M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개봉 날짜를 잡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자꾸만 미뤄지는 개봉… “이재현 회장 재판 때문이냐” 의혹 제기

그러자 일각에서는 ‘소수의견’의 개봉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이유가 영화 내용 때문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소수의견’은 지난 2009년 벌어졌던 용산참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철거지역 주민들과 경찰 및 용역직원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끔찍한 화재가 발생해 주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을 입은 ‘참사’였다. ‘소수의견’은 강제 철거 현장에서 숨진 소년의 아버지가 진압 과정에서 숨진 의경을 죽인 혐의로 체포된 후 이를 은폐하려는 국가권력과 변호팀 간의 진실공방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소수의견’은 상업영화로서 충분히 흥미로운 배경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런 내용이 영화의 개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현 CJ회장 때문에 CJ 계열사인 CJ E&M이 정권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엔 CJ E&M이 아예 ‘소수의견’의 배급을 포기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소수의견’ 원작자인 손아람 작가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북을 통해 “CJ가 이재현 회장 구속 이후 개봉을 1년간 연기해왔던 영화 ‘소수의견’을 결국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폐기처분 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특히 손아람 작가는 “CJ가 정권에 보내는 수십억원짜리 화해의 메시지인 셈이다. 고등법원에서 검찰이 CJ 영화들을 언급하며 괘씸죄라는 뉘앙스를 흘려주니 바로 수습에 들어간 모양”이라고 강조했다.

◇ “‘소수의견’과 이재현 회장 엮는 것은 지나친 억측”

이에 대해 CJ E&M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오해와 추측이 확산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CJ E&M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소수의견’을 폐기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고, 배급을 포기한 적도 없다”며 “적절한 개봉 시기를 조율하다보니 벌어진 일이고, 다른 영화들도 종종 겪는 일이다. 특히 올해 같은 경우에는 세월호 사건의 여파가 있다 보니 슬픈 영화가 조금 어렵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소수의견’과 이재현 회장의 재판을 연결시키는 것 역시 지나친 억측에 불과하다”며 “원작자도 글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다만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고 생각한다”며 원작자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CJ가 특정 영화의 개봉 및 상영을 두고 논란을 일으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천안함 프로젝트’는 아예 CGV에 올리지도 못했고, 올해 개봉한 ‘또 하나의 약속’ 역시 적은 상영관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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