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호반건설이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의 지분을 5% 이상 매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호산업 인수를 통한 사업 분야 확대설 부터 박삼구 금호산업 회장에 대한 지원설가지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지 주목된다.

▲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 호반건설, 워크아웃 졸업 앞둔 금호산업 지분 취득 ‘눈길’

호반건설은 지난 12일 금호산업 주식 171만4,885주를 장내매수를 통해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평균 취득단가는 1만1,926원으로, 약 204억5,000만원이 투입된 것이다. 이로써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지분 5.16%를 확보하며 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러한 호반건설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분분하다. 호반건설과 금호산업의 관계와 묘한 시점 등이 맞물리면서 다양한 분석과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선 호반건설 측은 투자목적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금호산업이 워크아웃 중이긴 하지만 거의 마무리단계이고, 주가가 저평가돼있어 투자가치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금호산업은 당초 올해 말 워크아웃을 종료할 예정이었다. 지난 11일 워크아웃 기간을 2년 연장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매각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서일 뿐 내년에는 워크아웃을 무난히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투자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호반건설의 평균 취득단가는 주당 1만1,926원인데, 지난 12일 종가기준 금호산업 주가는 1만5,100원까지 올라갔다. 12일 종가기준으로 이미 5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본 셈이다. 더욱이 금호산업 주가는 13일 장중 1만7,350원까지 껑충 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쑥쑥 크는 호반건설,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삼키나?

그러나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지분 취득을 단순히 투자목적에만 있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먼저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 같은 분석이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점’에 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이달 중 매각절차에 착수해 내년 1월에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따라서 금호산업 인수 의사가 있다면 일정 지분을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 유리한 상황인데, 호반건설이 5.16%의 지분을 취득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인수설로 연결될 수 있는 행보다.

여기에 호반건설이 놓인 ‘시점’도 연결된다. 시공능력평가 15위의 중견 건설사 호반건설은 최근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사업 확장이 요구되는 시점에 놓여있다. 건설업계 자체가 워낙 불황인 가운데, 쌓인 현금을 투입할 투자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호반건설이 판교에 쇼핑몰을 오픈하며 새로운 사업에 착수한 것도 이러한 점을 방증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금호산업은 호반건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금호산업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터미널은 기본이고 금호고속까지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만 생각해도 어느 회사나 관심을 보일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라는 것이 시장과 업계의 시각이다.

허나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설이 다소 무리한 추측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금호 되찾기’ 의지가 무척 강한 상황에서 5% 정도의 지분 취득이 경영권 확보까지 이어지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박삼구 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50%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받고 있다. 여기에 박삼구 회장 일가가 보유 중인 지분 10.6%를 감안하면, 호반건설이 경영권을 노리기는 다소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제기되는 또 하나의 가능성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박삼구 회장 돕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호반건설과 금호산업은 같은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만약 양측이 어떤 교감을 가졌다면, 호반건설이 시세차익을 노리면서 금호산업의 경영권 방어에 일정부분 도움을 주려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금호산업은 ‘형제간의 갈등’으로 인해 경영권 도전에 민감한데, 박삼구 회장 측이 호반건설의 움직임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정황이다.

이와 관련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모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다소 확대해석 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며 “아무래도 금호산업과 호반건설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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