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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줄타기외교] 중국 대신 러시아에 손 내민 이유
[북한의 줄타기외교] 중국 대신 러시아에 손 내민 이유
  • 우승준 기자
  • 승인 2014.11.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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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최룡해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가 러시아를 전격 방문하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좌)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우)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출처=신화>
[시사위크=우승준 기자] 최근 북한이 중국과 거리를 두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최룡해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의 러시아 방문을 통해 알 수 있다. 지난 18일 최룡해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최 비서는 오는 24일까지 러시아에 머물며 외교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 비서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렘린 공보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최룡해 특사를 접견했다”며 “최 특사가 북한 지도자의 친서를 갖고 왔다”고 전했다. 또 최 비서와 푸틴 대통령 면담과 관련해 러시아 외무부는 양국간 무역과 경제협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북한의 러시아 향한 구애는 ‘전략적 선택’

북한 최 비서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지난 2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지난 10월 리수용 외무상에 이어 올해 세 번째 방문이다. 북한 고위급 인사의 잦은 러시아 방문은 양국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혈맹관계’로 칭해지는 중국과의 관계를 뒤로하고 러시아와 최근 급격히 가까워진 행보에 대해 외교전문가들은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북한이 러시아에 고위 인사를 세 번씩 보내며 구애를 표하는 것은 ‘고립된 외교’의 물꼬를 트기 위한 선택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최근 북한의 외교적 입지는 미국의 ‘북한 비핵화 목표’와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 등으로 인해 상당히 좁혀진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혈맹관계’로 불리는 중국과의 관계마저도 멀어진 상황이라 북한 외교는 그야말로 ‘고립무원’이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멀어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으로 양국 관계가 멀어졌다는 분석이다. 장 부위원장은 북한 내 친중파에 속하는 인물로 중국 최고위 수뇌부와 오랜 기간 친분을 나눴고, 양국 외교의 중요한 역할을 한 바 있다. 이러한 장 부위원장 처형에 중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고, 실제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원유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또 다른 분석으로는 중국이 미국과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 양국의 관계가 멀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미국과 중국은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이틀에 걸친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에 뜻을 같이 했다. 이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두 정상은 북한이 추구하는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북한 비핵화 관련 입장은 지난 7월 초 우리나라와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북한은 “줏대 없는 나라들도 맹정해 미국의 구린내 나는 꽁무니를 따르면서 가련한 처지에 이른 박근헤를 껴안아보려고 부질없이 왼심을 쓰고 있다”며 불쾌한 심정을 내비쳤다. 여기서 ‘줏대 없는 나라들’에는 중국이 포함된 셈이며, 이로 인해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정체됐다.

◇ 북한, 러시아 통해 다방면 외교 전략 구사
 

▲ 중국은 지난 7월 초 우리나라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 입장을 보여줬다. 사진은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는 모습.
외교가 고립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은 지난 9월 강석주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유럽에 보냈으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아프리카로 보내 현 북한의 ‘핵·경제 병진 노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전방위적 외교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외교는 소득 없이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북한이 최 비서를 포함한 고위 인사를 러시아에 보내 외교의 물꼬를 트려 한다는 분석이 무게를 더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중국의 의존도를 줄이며 다방면의 외교를 구사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더 나아가 북한이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중국을 자극해 다시 우호관계로 돌아가려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G2’로 불리며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제대국이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예전의 ‘혈맹관계’로 돌려야 외교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논리다.

◇ 북·러 서로 이익 맞물려

한편 러시아가 북한 특사를 받아준 이유에 대해 중국의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뤼차오 연구원은 이를 분석한 기고문을 지난 18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 게재했다.

뤼차오 연구원은 기고문을 통해 “크림 반도 사태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를 북한이 지지했기 때문”이라며 “또 유럽의 압력과 미국의 긴장관계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북한의 구애’를 호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러시아와 북한이 현재 국제사회에서 외면 받고 있는 신세로 보고 있다. 따라서 외교의 물꼬를 터야하는 북한과, 아군이 필요한 러시아의 입장이 서로 맞물린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