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지난 22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연석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또 다시 정치권에 ‘가석방’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9월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여론 확인 차’ 슬쩍 운을 뗀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번엔 본격적으로 밀어붙일 기세다.

하지만 시기가 영 석연찮다. 특히 최근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인해 반기업적 정서가 악화된 상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유가 뭘까. 그리고, 왜 하필 ‘지금’일까.

◇ 가석방 실행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분위기 역력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기업인 가석방’은 ‘최경환 발(發)’로 불거졌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청와대에 기업인들의 가석방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기업인 가석방론’에 불을 댕긴 것. 최 부총리는 그동안 기자간담회와 토론회 등에서 기업인들의 가석방과 사면의 필요성을 여러차례 피력한 바 있다.

여기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경제가 이렇게 안 좋은 상황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힘을 보탰고, 친박 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가석방뿐 아니라, 사면을 건의해야 한다”며 판을 키우기까지 했다.

지원사격도 잇따랐다. 그것도 야당 유력 정치인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다. 박 의원은 “기업인을 우대하는 것도 나쁘지만 불이익을 주는 것도 나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발언으로 불거진 ‘간보기’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여론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것은 물론, ‘노골적으로’ 사면 발언까지 하는 걸 보면 이번엔 실행을 위한 사전 정지(整地) 작업 성격마저 엿보인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왜 지금이냐’는 점이다.  최근 여론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파문으로 그야말로 반기업 정서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그 어느때보다 기업인 사면 혹은 가석방을 언급하기 부적절한 시기인 셈이다. 실제 역풍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치권은 ‘최선을 다해’ 가석방을 밀어붙이고 있다.

재계와 정치권 등에서는 또 다시 불붙은 ‘가석방론’의 선봉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으로써 최경환 부총리의 움직임은 결국 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 성패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가석방론’이 지금 시점에서 쟁점화된 것을 그리 단순하게 보고 있지 않은 것이다.

▲ 기업인 가석방을 위한 전방위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사진 좌측 위로부터 시계방향)최경환 경제부총리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핵심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 참석, 경제관련 발언 도중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 기업인 가석방을 넘어 사면까지 건의하자고 제안한 '친박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 ▲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15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 내년 핵심 국정과제 ‘경제살리기’… 기업 도움 절실한 최경환의 선택

일단 박근혜 정부가 내년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한 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기업들의 투자와 채용 등 전폭적인 지원이 사실상 절실하고, 이에 따라 최경환 부총리 입장에선 ‘기업들이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최경환 부총리가 꺼내놓을 수 있는 당근, 즉 최선의 동기부여 카드는 ‘재벌 총수에 대한 가석방 혹은 사면’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재계 안팎에서는 올 연말 구속수감 된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사면 혹은 가석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었으나, 부정적 여론으로 사실상 무산되면서 볼멘소리가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오너가 구속된 기업들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성토하며 투자에 미적거리는 등 최경환 부총리를 곤혹스럽게 했다는 얘기가 어렵지 않게 들리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사면’보다는 가석방이 ‘합리적인 타협점’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내년은 박근혜 대통령에 있어 사실상 집권 성패를 가를 분기점이 된다. 핵심 국정과제로 선언한 ‘경제살리기’는 물론 각종 개혁과제 역시 완수해야 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국민들 앞에 입증해야할 상황에 직면했다. 비선 국정개입의혹 등으로 지지율이 폭락한 상황에서 경제마저 휘청거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레임덕의 기로에 설 공산이 크다.

결국 ‘최경환발(發) 가석방론’은 대통령의 레임덕과도 직결된 것으로, 지금 시점이 최경환 부총리로서는 ‘골든타임’인 셈이다.

이런 배경으로 봤을 때, 기업인들에 대한 가석방은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일단 거론되고 있는 기업인들이 형법상 가석방의 조건도 갖춘데다, ‘경제살리기’를 명분으로 정치권에서도 강하게 힘을 실어주는 만큼 가석방을 실행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가석방을 추진한다면 시기는 내년 설이나 3·1절 전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재 ‘형기의 3분의 1’이라는 가석방 요건을 채운 기업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