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야심차게 기획한 '초이노믹스'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경기활성화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출범한 최경환 2기 경제팀의 성적표가 초라하다. 이른바 ‘실세’라는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으로 시장에는 잠시나마 온기가 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15년이 밝아오는 현재 부동산 시장은 제자리 걸음에, 증시는 오히려 코스피 1,900선이 무너지며 곤두박질치고 있다. 언론에서는 더 이상 ‘초이노믹스’란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고 정치권에서는 2기 경제팀의 실패를 논하는 상태다.

지난해 말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는 초이노믹스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부동산 3법 처리를 마지막으로 최경환 장관이 추진했던 ‘민생법안’들이 대부분 통과됐다. 가계가처분 소득을 증대하는 목적으로 야심차게 출발한 기업소득환류세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고, 건설규제도 약속한 대로 완화된 상태다. 그럼에도 부동산 시장과 증시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 가계부채는 대폭 증가했는데, 부동산 시장은 미지근

초이노믹스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분은 부동산 경기 부양이다. 부동산 경기부양을 바탕으로 소비를 촉진시켜 증시상승까지 이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상한제와 택지거래촉진법을 폐지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도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또 LTV·DTI비율 완화로 추가적인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토록 했다.  ※관련기사 : [2015 부동산제도 변화] 주목할 포인트 '셋'

그럼에도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2014년 11월 기준 전체주택 거래량은 130만9,562호로 2013년 동기에 비해 상승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월별 거래현황을 보면 최 장관의 취임이전인 2014년 초반 크게 증가한 거래량이 원인이고 ‘초이노믹스’의 결과로 보기엔 어렵다. 오히려 지난달 거래량은 전년 동기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중점 과제인 부동산 경기부양에도 불구하고 2013년 대비 불과 0.57% 가격상승률을 보였다. 반면에 지역별로 서초구는 3.5%로 2배 가까운 상승폭을 보이는 등 초이노믹스 이후 특정지역만 혜택을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가격상승률 역시 평균적으로 상승했지만, 전체적으로 상승한 것이 아닌 이른바 ‘강남3구’의 상승만 돋보일 뿐이다. 2013년도 전국 주택의 가격상승률은 1.135%였고, 부분적으로 서초 1.8%, 강남 2.6%, 송파 3%의 가격상승을 보였다. 그런데 2014년도의 경우 전국 평균은 1.7%를 기록했지만 지역적으로 서초 3.5%, 강남 3.9%, 송파 3.4%가 증가하는 등 일부지역만이 상승혜택을 봤다. 초이노믹스가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처럼 부동산 부양효과는 미미한데 반해 가계부채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일 새정치연합 김기준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부채는 1,266조원에 달했다. 이는 2013년 1,195조에서 5.9%나 상승한 수치고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서는 무려 22.6%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국민총소득(GNI)이 3.2% 상승하고 주택가격상승률이 1.7%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가계부채 증가율만 크게 오른 셈이다.

초이노믹스의 실패는 비단 부동산 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한때 최 장관의 부임으로 박스권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현재는 취임당시보다 더 떨어져 1,900선이 무너져 지금은 증시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다.  ※관련기사 : 건설업 줄도산 위기…최경환 경제팀 부동산 부양에 사활

◇ 코스피 1,900도 무너져, 높아지는 경제팀 교체 목소리

▲ 최경환 장관은 부동산 시장과 건설경기 활성화를 노렸지만, 취임 이후 주요 건설주들은 반짝 상승했다가 장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체적인 코스피 지수 역시 1,900선이 무너지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주가 정보>
사실 2기 경제팀이 내놓은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가계소득증대 방안으로 제시됐지만, 내면을 뜯어보면 증시상승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일정비율 이상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하도록 하면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투자나 배당, 임금에 사용토록 유도한다는 것이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골자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 손해위험이 큰 투자나 한 번 올리면 줄이기 어려운 임금상승 보다는 배당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배당이 짜기로 유명한 한국기업이 배당을 늘리면 그만큼 주식가격에 반영돼 상승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최 장관 취임 이후 전체적인 주가지수는 박스권 돌파는커녕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초이노믹스’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원유를 100% 수입하는 우리나라에 유가하락은 단기적으로 가계의 소비여력과 기업의 생산여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단기적 효과 조차 나타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우리 가계에 소비여력이 없었다는 방증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은 “‘초이노믹스’로 가계소득을 증가시킨다더니 제자리 걸음이고 오히려 가계부채만 키웠다”면서 “최 장관의 아집으로 국감 때 지적이 나왔음에도 실패한 초이노믹스를 밀어붙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2기 경제팀이 기대를 많이 받았지만, 국민들은 가계부채만 키우고 일자리 여건은 더욱 어렵게 하는 초이노믹스에 실망하고 있다”면서 “경제와 재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새 경제팀이 필요하다”며 최 장관의 사퇴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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