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대졸 신입 40% 이상 입사포기.’ 최근 한 언론의 보도가 재계와 취업 준비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지난해 하반기 선발한 공채 합격자(신입사원) 중 40%가 입사를 포기했다는 것이 핵심.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은 이 같은 결과에 놀라움과 더불어 신입사원 이탈률이 높은 배경에 초미의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 115명 중 50명 입사포기… 이탈률 40% 이례적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국타이어가 지난해 하반기 선발한 대졸 공채 합격자는 모두 115명이다. 이 중 지난주 시작된 신입사원 교육에 참석한 합격자는 60여명이었다. 나머지 50여명은 입사를 포기한 것으로, 무려 40%에 달한다. 동종업계 기업인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의 신입사원 이탈 비율은 10% 미만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과에 의아함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국내 타이어 회사 1위인데다, 지난 2013년 국내 타이어 기업 중 최초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하는 등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업계 일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독보적인 기업이어서다. 특히 대기업 공채의 경우, 경쟁률이 수백대1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합격통보를 받아놓고도 입사를 포기하는 비율이 40%를 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통상적으로 구직자가 입사를 포기하는 이유는 급여나 근무조건 등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9월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입사포기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입사 포기자들이 밝히는 포기사유 1위는 ‘다른 기업에 중복 합격해서’(36.2%, 복수응답), ‘더 나은 조건의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서’(26.3%), ‘직무가 적성에 안 맞을 것 같아서’(19.6%), ‘연봉이 만족스럽지 않아서’(11.6%), ‘교통편 등 출근이 불편해서’(8.2%)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런 이유로 외부에서는 한국타이어에 대한 예비 취업생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일단 연봉 부분에서 신입사원들이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기본급 3,700만원 수준이다.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대기업보다 1,000만원 이상 적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남성 직원의 비율이 높은 것도 여성 취업준비생들을 갈등하게 만든다는 분석도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한국타이어 전체 직원 6,971명 중 여직원 비율은 4.1%로 알려진다. 이는 결국 기업문화로도 이어질 수 있는데, 남성직원이 많다보니 보수적인 군대식 문화일 것이라는 편견이 결국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 고민 깊어지는 조현범 사장
기존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경쟁사인 금호타이어에 비해 낮은 것도 주목할 점이다. 작년 3분기 기준 한국타이어의 근속연수는 11.7년으로, 금호타이어(16.9년)에 비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쯤되자 조양래 회장의 아들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경영운영본부장)은 수심도 깊어지고 있다. 취업경쟁률이 높고, 근속연수가 낮다는 얘기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나 선호도가 높다는 얘기인데, 한국타이어의 현주소는 이와는 정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조현범 사장은 “낮은 기업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숙제”라며 직접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채용정보 사이트 관계자는 “신입사원 이탈률은 결국 추후 공채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합격을 하고도 입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은 한국타이어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타이어 홍보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신입사원 이탈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신입사원 이탈이 발생하며, 특히 대기업의 평균 이탈률이 30%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한국타이어 연봉이 경쟁사에 비해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한국타이어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기본급 3,700만원이다.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 한국타이어의 기존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낮은 것도 신입사원을 대거 채용해서 평균 근속연수가 낮아진 것이다. 금호타이어의 경우엔 워크아웃 등으로 신입 채용을 안하면서 평균 근속연수가 높은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기업문화 역시 알려진 것과는 차이가 있다”면서 “생산직은 남성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본사는 여성의 비율이 높다. 통상 신입입사자의 30%가 여성이다. 생산직에 남성이 많다보니 기업문화가 딱딱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군대 보수적 문화가 아니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새로운 것을 여러 가지 시도하면서 소프트한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