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시사위크]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삶의 방향을 잃고 불안해하는 암담한 시대일세. 희망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도 쑥스러운 절망의 시대야. 날마다 방송이나 신문 등을 통해 보고 듣는 사건이나 사고들을 보게나. 이전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날마다 일어나고 있네. 또 정부와 민간연구소들이 발표하는 각종 통계들을 보시게. ‘지금 여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불안하게 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들뿐이네. 우리는 어쩌다가 이런 절망의 시대를 살게 되었을까? 또 어디서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있을까?

노자는 《도덕경》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에는 네 종류가 있다고 말하네. 노자에 따르면, 최상의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太上, 下知有之)지. 국민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자연스럽게 다스리기 때문에 지도자가 있는지 없는지 보통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사는 경지를 말하네. 마치 우리들이 공기 없이는 한 순간도 살 수 없으면서 그 공기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것과 비슷한 거지. 이를 무위(無爲)의 정치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실현하기 힘든 경지야. 서양식으로 말하면, 유토피아에서나 볼 수 있는 지도자겠지.

노자가 말하는 차상의 정치는 유교에서 이상적으로 여기는 인의(仁義)에 기초한 덕치(德治)일세. 예부터 동양에서는 이런 덕치를 최고의 정치로 칭송했지만, 노자는 무위의 정치보다는 못한 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네. 왜냐고? 선정을 베푸는 지도자를 의식한다는 것 자체가 뭔가 부자연스럽기 때문일세. 우리들이 신는 신발이 발에 잘 맞으면 신발을 신고 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지도자가 최고라는 거야. 우리 역사에서 굳이 찾자면, 세종대왕 정도가 덕치를 베푼 지도자라고 말할 수 있네.

세 번째 유형은 이른바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지도자들일세. 춘추전국시대의 법가(法家)에서 주장한 것으로 엄격한 법 적용과 형벌을 강조하는 부류들일세. 맹자가 말한 패도정치(覇道政治)야.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 중 독재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생각하면 되네. 사람들이 두려워는 하지만 따르지는 않는 지도자 유형이야.

네 번째가 가장 나쁜 유형인데,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이네. 이런 지도자들은 부정부패로 썩거나 거짓말을 잘 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지. 그들은 자기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네. 그 결과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찌라시’라고 불리는 것들이 언론을 대신하지.

그러면 노자가 네 종류의 지도자를 분류하는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믿음(信)일세. 어떤 사람이 좋은 지도자인지 나쁜 지도자인지는 그 사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에서 결정된다는 거네. 무위(無爲)의 다스림은 억지가 없는 다스림이기 때문에 불신이 있을 수 없지. 하지만 선거 때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주요 공약들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는 지도자를 국민들이 믿고 따르기는 어렵네.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으면 그 원인을 찾아 고쳐야 하는데 도리어 남 탓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네. 그러니 저자거리에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유언비어들이 난무할 수밖에.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관계는 대통령의 노력 여하에 따라 악순환이 될 수도 있고 선순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네. 대통령이 국민을 신뢰하면 국민도 대통령을 믿고 따르며, 대통령이 국민을 믿지 못하면 국민들도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일세.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국가 경제를 살리고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하기 위해 한순간도 마음 놓고 쉰 날이 없었습니다.”고 말하더군. 하지만 국민들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자기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네. 자기는 열심히 하는데 왜 점점 많은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지 곰곰이 숙고할 때야. 그러면서 지금까지 자기를 비판했던 사람들도 만나 그 이유도 들어 보고. 그래서 3년째 임기를 시작하는 2월 말에는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모습으로 다시 등장했으면 좋겠네. 그게 지금 절망의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 나라의 대통령에게 바라는 마지막 소망 같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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