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 박병모:현 광주뉴스통 발행인, 전 광주 FC 단장,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시사위크] 적어도 한때는 그랬다. 남자들의 기를 빼앗아 간다고 해서 산자락 밑에 빼곡하게 들어선 아파트 입주를 꺼려한 곳이었다. ‘옥녀봉’이라는 산의 이름을 빙자한 해괴한 소문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광주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으로 변했다. 

널찍하고 확 트인 풍암 호수가 자리하고, 그 옆엔 월드컵 4강 신화의 축구경기장이 있다. 오는 7월이면 대학생들의 세계축전인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이곳엔 왠 ‘철새’들이 날아든다. 선거구로 따지면 4·29 국회의원 재보선 서구 을 지역이다. 여·야는 물론 무소속 후보들이 ‘자신을 뽑아 달라’고 손을 내밀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선거 때만 되면 찾아와 출마자들이 한다는 소리가 매번 똑같다보니 이젠 넌더리가 난다는 것이다. 아니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지 못하는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민주당 시절, 당시 한명숙 전 대표가 정치혁신을 하자며 야권연대차원에서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를 밀어 어렵사리 당선시킨 곳이다. 당시 상대 후보였던 현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순천)이 두 번의 도전 끝에 39%대의 득표율을 보이며 선전했지만 아쉽게 패한 곳으로 인구에 회자됐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며 야당에 힘을 보태야 정권재창출이 된다는 소리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표를 몰아줬던 오 전 의원은 말이 금배지를 달았지 지역발전에 그리 보탬이 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어찌 보면 이번 재보선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치러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주 경선을 통해 조영택 전 의원을 후보로 내세웠다. 과거 열린우리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광주시장에 욕심을 냈다가 박광태 전 시장에게 고배를 마신 사람이다.

18대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지역구에서 구청장 공천 후보로 여성을, 그것도 한 번도 아닌 두 번을 연이어 밀었다가 낭패를 보는 바람에 이를 둘러싼 말들이 많았다. 물론 자신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도록 도와준 공과 차원에서 경선 없이, 한번 정도 밀어준 것이야 굳이 들춰내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그 여성후보가 낙마한 게 화근이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상대후보가 구청장에 당선된 이후 불미스런 일로 구속돼 재보선을 치르게 되면서 조 후보는 똑같은 여성후보를 다시 밀게 된다. 정치판이 대개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구청장의 하차를 둘러싸고 석연치 않은 얘기가 오갔다.

‘정당은 선거로 말하고 결과로 답해야 한다’는 정당의 기본원칙을 위배하면서까지 그 여성을 지극히 생각(?)했던 조 후보는 결국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하지만 지금의 새정치연합 박혜자 광주시당위원장(서구 갑)에게 떨어져 분루를 삼키고 만다. 여성을 밀어주고 공천하려 했다가 결국 여성에게 낭패를 본채 탈당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후 안철수 신당으로 참여했다가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새정치연합에 복당한 조 후보는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윤장현 시장 캠프에서 공동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탈당과 복당을 반복하던 조 후보는 이번엔 지역구를 서구 갑에서 인접한 서구 을로 옮긴다.

이렇게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인 조 후보는 최대 라이벌로 부상한 천정배 후보에게 포문을 연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은 ‘명분’이 없다고 말이다. 행정고시 출신에다 지난 85년 임명직 장성군수를 일치감치 거쳐 국무조정실장까지 오른 조 후보가 정치인의 속성상 그렇겠지만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음을 일컫는 이른바 ‘오십보백보’란 고사성어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조 후보는 어떤 정치인에게도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목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 후보가 경기 안산에서 서울 송파를 거쳐 지난해 광주 광산 을로 출마하려 했다가 이번에 다시 서구 을로 출마한 것이나 거리의 정도만 있지 두 사람 모두 ‘그게 그거’라는 얘기다. 탈당도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출신인 두 사람이 앞으로의 선거과정에서 서로 삿대질을 하는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조 후보는 새정치연합이라는 중앙당 차원에서의 지원사격을 받을 게 뻔하다. 반면 천 후보는 야권연대를 고리로 한 시민후보로 추천받기 위해서는 호남정치 복원을 외치며 문 대표까지 싸잡아 비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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