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안철수 현상’은 끝났다.” 1년여 전, 무소속이었던 안철수 의원이 이른바 ‘안철수 신당’ 창당 대신 민주당 대표인 김한길 의원과 합당을 선언하자 새누리당이 엄포를 놨던 말이다. 당시만 해도 이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은 없었다. 워낙 극비리에 진행된 탓에 ‘밀실 합의’라는 비판을 피할 순 없었지만, 안 의원은 국민 열망이 담긴 ‘새정치’의 얼굴이자 여전히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였다. 그의 지지율과 구름떼처럼 몰리는 기자들이 이를 증명했다.
◇ 무색해진 ‘안철수 현상’… 문재인의 지지율 독주 속 안철수 5위
하지만 합당 1년을 앞둔 지금 ‘안철수 현상’은 옛이야기가 돼버렸다. 당장 지지율이 반토막이 됐다. 합당 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20%대 중반의 지지율로 여야를 통틀어 1위에 꼽혔던 안 의원은 합당 후 지지율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여론 악화의 결정적 계기는 기초선거 무공천 번복 사태다. 이에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로 돌파구를 찾으려했으나, 결과적으로 합당 명분이었던 무공천 방침이 철회되자 ‘철수 정치’라는 오명을 샀다.
이후 안 의원은 두 차례 실시된 선거에서 정치적 한계를 보여줬다.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당내 계파갈등을 불러온 ‘윤장현 전략공천’에 이어 7·30재보선에서 꼼수로 비판받은 ‘권은희 전략공천’까지, 문제가 된 공천의 중심에 안 의원이 지목됐다. 결국 안 의원은 선거 패배를 책임지기 위해 김 의원과 함께 지난해 7월31일 공동 대표직을 내려놨다. 당 대표에 선출된 지 4개월만의 일이다.
그 사이 안 의원의 지지율은 두 자리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이후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현재까지 7%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안 의원으로선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물론 안 의원 측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뒷짐만 지고 있기엔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점에서 고민이 적지 않다. 같은 당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이어 야권 대선주자 3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권 대선주자를 포함할 경우 순위가 더 밀린다. 최근엔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이완구 국무총리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이어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오르면서 안 의원은 5위로 떨어졌다.
이제 ‘안철수 현상’이라는 표현은 무색할 정도다. 그의 측근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안 의원의 ‘과외교사’로 알려진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안철수 현상’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고 고개를 저었다. 앞서 ‘안철수 호’의 개국공신에 해당하는 금태섭 전 대변인은 안 의원의 ‘새정치’에 대해 실패로 규정하고 “언제부터인지 한 개인의 역량이나 훌륭함이라고 착각하고 기대기 시작한 것이 실패의 단초”로 분석했다.
안 의원이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는 것과 달리 문 대표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8전당대회를 앞두고 오르기 시작한 지지율은 10주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대 중반의 수치지만, 2~3위를 다투는 김무성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과 10%p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문 대표는 차기 대권에서 변수로 지목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가상대결에서도 독보적 우위를 차지했다.
◇ 문재인의 광폭 행보… 반기문과 가상대결에서 13.7%p 앞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일에 발표한 ‘국가과제 분야별 대선주자 적합도’ 결과에 따르면, 문 대표와 반 총장은 각각 32.3%와 18.6%를 기록했다. 13.7%p 격차다. 반면 안 의원은 5.4%에 불과했다. 해당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50%)와 유선전화(50%) 병행 RDD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응답률은 6.0%였다.
당권을 장악한 문 대표는 그간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권력 의지 부족을 단번에 털어내고, ‘통합’과 ‘유능한 경제정당’을 내세워 흩어진 민심을 끌어오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위기로 전망됐던 이완구 총리의 인준안 투표 과정에서 당내 이탈표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조기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대표와 함께 한 청와대 3자 회동에서 존재감을 나타냈다는 점도 성과로 꼽힌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문 대표를 상당히 예우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회동 시기가 빠른데다 회동 시간이 100분을 넘겼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안 의원은 지난해 4월 박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하며 청와대까지 직접 찾아갔으나 당시 박준우 정무수석을 면담한 것 외엔 성과가 없었다. 사실상 새정치연합의 지난 1년은 ‘안철수의 추락’과 ‘문재인의 반등’으로 설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