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전국경제인연합회 정책간담회가 열린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최병석 삼성 부사장, 현대자동차 박광식 부사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최근 재계의 최대이슈는 ‘법인세와 최저임금 인상’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당 사안들은 정부에서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 도움 없이는 해결이 힘들다. 최근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이 여당과 잇달아 개최하고 있는 간담회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과 대한상의, 이들 두 단체가 얻어낸 평가는 전혀 다르다.

◇ 무게감 달랐던 대한상의 vs 전경련 정책간담회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새누리당과 전경련의 정책간담회를 두고 뒷말이 여전하다.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전경련)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였지만 ‘겉만 화려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날 간담회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전경련에 직접 요청해 이뤄졌다. 기업의 현장 고충을 직접 듣고 해결방안을 논의,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재계 오너나 회장이 아니라 ‘실무진’을 참석시킨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 역시 “대기업 회장을 모시면 솔직한 얘기를 들을 수 없어 실무 총괄자를 모시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현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기업 대표로 참석한 이들은 경영일선에 있는 실무임원과는 거리가 먼, ‘대관(對官) 담당자’이거나 홍보임원 등이었다. 이들이 2시간 넘게 진행된 간담회에서 쏟아낸 것도 사실상 기업의 민원이었다. 이미 여러차례 제기된 사안들이다.

게다가 이날 간담회에선 법인세율 인상이나 임금 인상 등 실질적인 재계 이슈는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정부의 굵직한 산업경제정책에 대해 논의하기보다 각 기업들이 애로사항과 현안들을 털어놓는 실무회의 성격이 강했던 셈이다. 개별 기업들의 경영 애로를 전달·청취하는 자리에 굳이 여당 대표까지 참석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뒷말을 낳고 있는 이유다. 이날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소속 핵심 의원들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환경부, 공정거래위원회 차관들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료들을 대동했다. 이 정도 규모로 여당 지도부와 정부 고위 관료들이 집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 지난 3월 1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새누리당-대한상의 정책간담회 모습. 이날 간담회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대기업 회장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전경련 측은 법인세와 관련한 문제를 건의했지만, 정부 측으로부터 “세수 때문에 고민”이라는 답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다. 탄소배출권 사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임금 인상과 관련한 논의는 아예 없었다. 정작 재계가 정부로부터 듣고 싶었던 답변은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이다.

전경련의 이번 정책간담회는 한 달 전 대한상의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와 대비되며 적잖이 체면을 구기고 있다.

대한상의는 약 한 달 전인 3월 16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과의 정책간담회에서 법인세, 임금인상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무게감 있게 다뤘다. 여당과 경제계가 만나 법인세율 인상 신중론·규제시스템 개선·원샷법 제정 등을 논의했고, 많은 부분에서 의견의 일치를 이뤘다. 당시 김무성 대표는 ‘법인세율 인상 신중론’에 공감했고,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방침에 대해서도 “임금 문제는 노사 자율에 맡겨야한다”며 재계에 힘을 싣기도 했다.

이날 대한상의 간담회에는 박용만 회장을 비롯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이만득 삼천리 회장 등 25명이 참석해 무게감을 더했다.

현재 전경련 측은 이번 감담회에 대해 “굉장히 내실있는 회의였다”고 자평하고 있다. 물론 그룹 총수 대신 실무진들이 참석했다고 해서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평가절하 할 수는 없다. 김무성 대표가 간담회 성격상 실무진들의 참석을 요청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여당 대표와 정부 고위 관료들이 참석하는 간담회 자리에 정작 전경련 회원사인 대기업들이 ‘대관담당자’나 ‘홍보임원’을 보냈다는 점은 재계가 전경련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전경련과 대한상의는 오는 7월 22일~25일까지 하계포럼을 개최한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수백 명의 기업인이 참석하는 대형 행사를 연다. 여당 대표와의 정책간담회에 이어 전경련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