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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모의 세상읽기] 천정배, 새정치연합 막판 총공세 버틸까
[박병모의 세상읽기] 천정배, 새정치연합 막판 총공세 버틸까
  • 시사위크
  • 승인 2015.04.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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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박병모:현 광주뉴스통 발행인, 전 광주 FC 단장,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시사위크] 그야말로 두 사람은 벼랑 끝에 서 있다. 광주 서구 을 재보선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데서다. 무소속 천정배 후보와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는 어쩜 호남 정치사의 명운을 가르는 대척점에 서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 천 후보가 8~10%를 앞서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의 거대한 조직을 활용한 동원선거를 따돌리려면 그 정도의 지지율 격차로는 안심할 수 가 없기에 그렇다. 말하자면 선거 막바지에 어느 한 후보가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광주 서구 을 선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다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3,000만원이라는 메모지 한 줄 때문에 ‘불량완구’로 전락해 63일 이라는 최단명으로 용도폐기 처분 된 것을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지 않는가.

새정치연합, 민심 이반 속 야당 텃밭 사수하라

아무튼 서구 을 재보선은 후보등록이 끝나기가 무섭게 새정치연합의 입장에선 갈 길이 바빠지고 있다. 그래서 당명으로 야당 텃밭을 사수하라고 꽤나 이름이 알려진 자당 의원들을 하루씩 번갈아 가며 총출동 시키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물론이고 주승용 최고위원도 소화기를 든 소방수처럼 급한 불을 끄기에 여념이 없다. 대선 때도 그렇지 않았는데 한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들락거리는 새정치연합 의원을 향해 한 시민은 이렇게 말한다. 플래카드에 내걸린 공약처럼 평소 지역발전을 위해 뻔질나게 움직이지, 선거가 닥쳐오니까 매번 그랬던 것처럼 한 표를 구걸하러 다니는 모습을 보니 식상함을 넘어 역겨울 정도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그렇다고 당 지도부가 내려온다고 해서 조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갈 것 같지도 않을 성 싶은데 헛심을 쓰는지 모르겠다는 눈치다.

6·4지방선거 때와 모양새가 흡사하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윤장현 현 시장을 느닷없이 전략공천 한 뒤 자신들이 미는 후보가 떨어질 경우 정권재창출을 할 수 없다며 정당차원의 총공세에 나서 간신히 당선시킨 사례를 판에 박은 듯 옮겨놓은 양상이다.

하지만 지방선거 때는 강운태 전 시장의 오만함 때문에 새정치연합이 26.1%라는 큰 차이로 이겼지만 지금의 천정배 후보에게도 똑 같은 사례를 적용하기란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렇다면 천 후보가 선거 초반부터 지금까지 새정치연합의 조 후보를 내리 앞서고 있는 이유가 있을 법도 하다. 새정치연합에서 천 후보를 두고 ‘배신자’, ‘철새’라며 깎아내리는 속에서도 막판까지 버텨온 그의 뒷심은 어디에서 나올까. 선거 결과를 미리 예측한다는 차원에서 궁금증이 생길만 하다.

천정배 뒷심, 새정치연합 진성당원 향배가 관건

조 후보의 백그라운드가 새정치연합라는 공당의 조직이라면 천 후보는 지역연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전국 조직망인 호남향우회와 목포를 중심으로 신안·무안 등 서해안 벨트 지역 사람들이 외롭게 사투하는 천정배 구하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호남향우회는 천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 이후 일부 임원들이 아예 광주 서구 을에 거주하면서 향우들이 건네준 지인들을 찾아 나서며 한 표 한 표를 공략하고 있다. 천 후보는 안산에서 내리 4선을 하면서 경기지역 호남향우회 관리를 잘해온 게 이번 선거를 통해 톡톡히 덕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천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선거 현수막에 내걸자 DJ를 모독했다며 새정치연합은 당장 철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DJ 고향 신안 사람들은 천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다. 어찌 보면 천 후보는 국민의 정부시절 DJ가 키워주고 아껴준 사람이다.반면 조 후보는 고위공직에 있었기에 DJ와는 그리 인연이 없다. 선관위 주관 TV토론에서 조 후보가 천 후보를 향해 ‘DJ와 함께 찍은 사진’ 문제를 거론하며 자격 시비를 따졌다. 하지만 조 후보는 유권자들의 관심만 증폭시켰지 정작 여론의 지지는 천후보가 가져간 꼴이 됐다.

조 후보는 완도가 고향이다. 새누리당 정승 후보와 겹친다. 박광태 전 시장처럼 완도출신 오피니언 리더들은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 하지만 완도출신 유권자 사이에 ‘정승 후보가 어느 정도 표만 얻으면 장관으로 갈 공산이 크다’는 입소문이 나돌면서 표심이 정승에게로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연 못지않게 학연도 선거전에서는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두 사람 모두 고시 출신이지만 과거 지역에서는 내로라하는 명문고를 나왔다. 천 후보는 목포고를, 조 후보는 광주일고를 각각 졸업했다.

천 후보 캠프에는 목포고 출신 언론인을 포함한 핵심 간부들이 똘똘 뭉쳐 이번만큼은 동문 출신 국회의원을 한 사람이라도 만들자면서 간절함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목포고를 중심으로 그 지역 다른 학교 출신들도 여기에 가세한다.

하지만 조 후보가 나온 광주일고 출신들은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장 혜택을 많이 봤다. 그런 만큼 주승용·장병완·김동철·이낙연 전남지사, 그리고 광주일고로 대변되는 광주서중 출신의 임내현 의원 등 정치권에서 잘나가는 의원과 고위 공직자들도 부지기수여서 조 후보는 그리 관심의 대상이 되질 않는다. 그런 만큼 동문차원의 응집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천 후보가 외생적인 변수를 타고 지지율이 올라간 것은 주목할 만하지만 제1야당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조 후보의 지지율이 뜨지 않는 이유가 뭘까.

호남정치와 지역발전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진정성과 당원들의 이탈을 꼽는다.

특히 야당의 뿌리요, 진성당원인 일부 기초의원들이 자당 후보를 밀지 않고 아무런 조직도, 돈도, 인맥도 없이 덜렁 몸 하나만 내려와 호남정치복원을 외치는 무소속 천 후보를 돕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새정치연합의 조직은 이미 금이 간 셈이다.

호남 당원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은 당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시·구의원 3명에 대한 제명조치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당원이면서 심정적으로 천 후보를 밀고 있는 진성당원들의 향배 때문에 더욱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이제 갓 출범한 ‘호남정치개혁연대’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들 부동표가 막판 뒤집기 차원에서 새정치연합 조 후보에게 표를 주면 다행이지만, 우려했던 대로 천 후보에게로 일반 유권자들과 함께 표 쏠림현상이 일어난다면 난감해 질 수 밖에 없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총공세도 당원들을 등에 업지 않으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 두 후보 가운데 천 후보가 낙승을 하면 호남정치는 변화와 혁신에 방점을 찍은 뒤 신당 창당 등 정치지형이 대거 바뀔 게 분명하다. 반면 새정치연합이 ‘미워도 다시 한 번’으로 표심을 파고들어 조 후보가 당선된다면 호남정치 복원과 정치개혁에 대한 갈증은 희망 없이 계속될 게 뻔하다.

앞으로 선거 막바지 유권자들과 당원들의 표심이 어느 후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벼랑 끝에 선 호남정치의 명운도 갈릴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선택권을 앗아간 임의적인 공천이 이완구 총리처럼 사정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하는 게 이번 선거의 핵심 키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