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과 현영철 인민 무력부장. 인민 무력부장은 우리의 국방부장관 격인 직위로 북한 내에서는 서열 2위의 고위직으로 알려져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숙청당했다’는 국정원의 보고에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외신들은 물론이고 비교적 대북정보에 밝다는 중국 외교부조차 ‘전혀 모르는 일’로 전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현영철 숙청 첩보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남북 대결구도만 공고해졌다는 점이다.

‘현영철 숙청설’의 시작은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시작됐다. 국정원은 ‘첩보’임을 전제로 현영청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지난달 30일 평양의 사격장에서 처형됐다고 보고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말대꾸와 회의 중 졸았다는 것을 이유로 밝혔다.

◇ NYT “한국 정보부, 김정일 사망도 몰랐으면서…”

국정원은 ‘첩보’를 전제로 보고했으나 이후 현영철 숙청은 기정사실화 됐고, 북한의 SLBM 시험발사와 맞물려 김정은의 ‘공포정치’와 ‘숙청정치’가 부각됐다. 럭비공 같은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북한의 도발에 강하게 대비해야한다는 쪽으로 여론이 모아진 것.

15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도 스승의 날 기념식 자리에서 “북한 내부의 극도의 공포정치가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경악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며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대비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전달했다.

▲ 국정원은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첩보'임을 전제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숙청당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당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사진=북한 인권위원회 공개>
그러나 외신들은 ‘현영철 숙청’에 대해 의문을 드러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는 서울발 기사에서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를 통해 현영철의 공개처형 가능성을 밝혔지만 이후에도 노동신문에도 북한의 TV와 기록영화에서 김정은을 수행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며 장성택을 삭제했던 과거 조선중앙TV의 행태와 비교해 의문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즈>는 앞서 13일(현지시간) 보도에서도 “국정원 요원이 어떻게 해당 정보를 수집했는지 불명확하다”면서 “한국 정보부는 과거 김정일이 사망하고 북한이 공식적으로 밝히기 전까지 사망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13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사에 진위를 문의한 결과 “모르는 상황”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14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화통신은 “한국 국가정보원이 밝힌 북한 고위급 동향은 부정확했던 적이 많았다”며 “북한 매체에 장기간 등장하지 않아 추측이 나오지만 이후 매체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 꼬여만 가는 남북관계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한 발 물러났다. 통일부 대변인은 15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아직까지 현영철이 기록물에서 삭제되지 않고 등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정확한 인과관계를 예의주시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북한에 대한 불안한 인식이 형성되면서 남북 대결양상은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중관계가 소원해지면서 고립상황에 놓인 북한은 대남도발을 통해 대외적 돌파구와 대내적 단결계기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북한은 NLL인근 이례적인 야간 사격훈련을 감행하는 등 도발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상황이 심각함에도 정부당국이 대화에 나서기도 여의치 않다. 관계단절도 문제지만, 대북여론이 안 좋은 상황에서 대화를 요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현영철 숙청사실여부는 둘째 치고 국정원의 ‘첩보’ 보고가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야권의 한 관계자는 “남북관계는 대내외적 여론이 모두 합치될 때 대화국면으로 나설 수 있다. 당국의 의지와 별개로, 대북관계는 대화를 원하는 여론이 형성될 때 가능하다는 의미”라면서 “북한에 대한 불안한 여론이 형성된 시점에서 남북관계가 더욱 어렵게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분단 7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에 대전환을 예고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구상이 자꾸 꼬여만 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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