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해 나란히 자리한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UN사무총장.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대화만이 유일하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국과 북한이 대화로 확고한 신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19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개성공단 방문 일정을 밝히면서 한 말이다. 대화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도발에 일관된 원칙을 갖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기조와는 사뭇 다르게 읽히는 대목이다.

북한의 외교적 관례를 무시한 방북승인 철회로 개성공단 방문은 무산됐지만, 반기문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을 촉구하는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거듭 대화의 의지를 밝혔다.

◇ 대북문제 다른 해법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 VS “단호한 대처”

남북 긴장관계 속에 개성공단 임금협상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반 총장의 방북이 기대를 모은 것은 사실이다. 뾰족한 돌파구가 나오지 않더라도 남북관계 복원의 물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유엔 측은 반 총장의 방한에 맞춰 방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북한과 사전 조율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반 총장의 행보는 강경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대북기조와 대조되고 있어 주목된다. 한미합동훈련, 북한의 SLBM발사, 현영철 숙청사건 등 이슈가 이어지면서 정부는 ‘단호한 대처’를 천명하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스승의날 기념식에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숙청을 언급 “북한 내부의 극도의 공포정치가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경악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며 북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19일 아시안리더십 컨퍼런스 개회식에서도 박 대통령은 “북한의 공포정치가 국제사회를 경악시키고 있다”며 “북한이 핵위협과 도발, 고립으로 성장의 혈맥을 가로막고 있는 한 진정한 아시아의 발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경기조를 이어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리더가 대북문제에 서로 다른 접근법을 택하는 데는 각자의 처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순수하게 정치공학적 입장에서 추구하는 역점사업이 다르다는 의미다.

10년의 임기 중 1년 6개월여를 남기고 있는 반 총장의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필요한 업적은 바로 한반도 문제해결이다. 지난 4월 오준 유엔대표부 대사도 “반 총장의 업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도 많고, 유엔에서도 업적 문제를 여러 가지로 신경 쓰고 있다”며 “반 총장이 한반도 문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반 총장은 남은 임기동안 남북 화해분위기 조성을 위해 꾸준히 대화를 촉구하거나 추가 방북일정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대화를 통한 남북문제 해결은 박 대통령과 정부도 바라는 것임은 분명하다. 분단 70주년을 맞아 박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대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정부에게 더 중요한 것은 오는 6월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의 흥행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확인하고 대내외적으로 선포하는 자리다. 무엇보다 앞서 이뤄진 미일 정상회담과 비교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성공적으로 끝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상황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예방으로 짐작건대, 주요의제는 한미 군사동맹 강화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공조체제 강화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한미 군사동맹 강화가 극적이고 중요한 의제가 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현실적이고도 급박한 위협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 한미 정상회담의 흥행을 위해 북한은 철저히 들러리를 서야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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