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타이어와 상주시가 소송 전까지 벌이는 등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2년 전 손을 맞잡고 협력을 다짐했던 양측이 끝내 파국을 맞는 모양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3년 9월 상주시와 협약을 맺고 타이어 주행시험장 건립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2020년까지 상주시 공검면에 120만㎡ 규모의 ‘테스트 엔지니어링센터’를 건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프로젝트엔 2,500억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 지난 2013년 한국타이어와 상주시의 MOU 체결 당시 모습.
◇ MOU 체결한지 1년도 안 돼 암초 만나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곧 ‘주민반대’라는 암초에 부딪히고 말았다. 지역 주민들은 환경오염과 소음 등을 이유로 주행시험장 건립에 반대하고 나섰다.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친환경농산물 생산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거치면서다. 한국타이어 주행시험장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건 이정백 시장이 사업을 추진했던 성백영 전 시장을 제치고 당선됐다.

이정백 시장은 자신의 공약대로 주행시험장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고, 상주시청에 꾸려졌던 TF팀의 활동은 중단됐다. 사업을 백지화 했다기보다는, 찬반 양측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안을 찾은 뒤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주행시험장 사업은 상주 지역 최대의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찬반 양측의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사업을 사실상 포기한 한국타이어는 최근 “상주시가 당초 협약대로 사업을 추진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21억7,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상주시는 “지역 여론 수렴을 위해 적극 나서는 등 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오히려 한국타이어가 반대 주민 설득에 미온적이고 협의에도 협조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 무책임한 기업-지자체, 지역주민만 몸살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한국타이어의 상주 주행시험장 업은 회생이 불가할 전망이다. 지나온 2년가량의 시간을 고스란히 날려버렸을 뿐 아니라 지역 주민 간, 기업체와 지자체간 갈등만 남기고 말았다.

문제는 한국타이어와 상주시의 사례처럼 대대적으로 착수한 사업이 용두사미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기업체와 지자체가 조금 더 신중하게 책임감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지자체의 경우 치적 쌓기를 위해, 또는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충분한 검토 없이 기업을 유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정치적 입장 차로 인해 원활하게 진행 중이던 사업이 중단시키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는 상주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업을 추진한 성백영 전 시장은 임기를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대규모 사업을 서둘러 추진했다. 이정백 현 시장 역시 정치적 이유로 사업을 중단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민들의 반대 의견은 물론 지자체의 협조 요청마저 무시한 한국타이어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추진한 주행시험장은 타이어의 특성상 환경오염이 불가피하다. 또한 상당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상주인력은 300~400여명 밖에 안 될 뿐 아니라, 그나마도 상주시에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주민 입장에선 반발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었던 셈이다.

여론 수렴과 중재에 나선 상주시는 수차례 한국타이어에 협조를 구했지만 이 역시 원활하지 않았다. 상주시 측은 “한국타이어는 입지 변경 검토, 추가 개발, 건강센터 건립, 입직원 상주 거주 등 여러 대안을 요청했지만 미온적으로 대응했고, 임원과의 면담도 수차례나 고의적으로 기피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한국타이어가 지자체를 상대로 배짱을 부리며 환경오염 등 반대여론을 무마하려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한국타이어가 상주시와 갈등을 겪자 복수의 지자체가 사업을 따내기 위해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유치에 혈안이 된 중소 지자체를 상대로 한국타이어가 ‘갑’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지역 주민이다. 상주시의 경우에도 근본적인 원인은 주민과의 소통이었다. 주민들에게 충분히 알리지도, 또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지도 않았고 이것이 갈등의 씨앗이 됐다. 사업이 좌초한 이후 상처를 입는 것 역시 지역 주민이다.

한국타이어 역시 손해를 본 것은 마찬가지다. 비용은 그렇다 쳐도, 기술 향상을 위한 시설 건립이 더욱 늦어지게 됐다. 타이어 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자체와의 갈등으로 이미지가 적잖이 추락한 것 역시 보이지 않는 손해다.

한편, 이와 관련해 한 상주 지역 주민은 “애초에 차근차근 적절한 절차를 밟아 진행됐다면 충분히 좋은 사업으로 성사됐을 텐데 아쉽다”며 “찬성하던 주민이나 반대하던 주민이나 결국은 상처만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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