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군사위원회 중심으로 꾸려진 미 하원의원 대표단과 접견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주한미군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상호이익이 된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내달 14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지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에 제기되는 ‘외교 무능론’을 떨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은 사실이지만,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한일관계 정상화라는 결코 쉽지 않은 사안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동아시아 전체에 뜨거운 감자다. 북한의 핵 무장과 SLBM 발사시험 등 미사일 위협이 높아지는 가운데 방어체계강화는 필수불가결하다. 문제는 최대교역국인 중국이 사드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배치 문제를 두고 찬반논란이 끝이 없다. 배치여부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포대당 2조원으로 추정되는 비용을 누가 분담하느냐의 문제도 따른다.

◇ 미국의 거세지는 사드 한반도 배치 압박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미국의 공식 요청이 없었고, 협의도 없기 때문에 결정도 없다’는 3NO 기조로 이른바 ‘버티기’를 시전 중이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의 압력이 점차 거세지는 모양새다. 존 케리 미 국무부장관이 방안 중 ‘사드’를 처음으로 언급한 데 이어 28일에는 미국 하원의원 대표단이 박근혜 대통령과 접견했다.

일견 ‘의원외교’로 특별한 것 없는 접견으로 볼 수도 있지만, 미국 하원의원 대표단의 면면을 보면 심상치 않다. 대표단은 짐 쿠퍼 , 릭 락슨, 덕 램본, 존 플래밍, 그렉 하퍼, 모 브룩스, 리처스 허드슨, 마크 워커 의원 등 군사위원회로 꾸려져 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인들과 주한미군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양국에 상호이익이 된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여느 때와는 달리 박근혜 대통령에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드배치와 한일관계 정상화라는 난제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장인 마이크 로저스 소위원장은 미국 공화당의 대표적인 보수파로 지난달 미 하원 청문회에서 “한미 정부가 사드 배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배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 인물이다. 이번 접견에서 공식적으로 ‘사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하더라도 방한자체로 우리정부에 사드 배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에 관심은 아시아안전보장회에 쏠린다. 한·미·일 국방장관은 29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자리에서 미국이 한반도 사드배치를 공론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만약 이 자리에서 사드 배치가 공론화 될 경우,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정부의 보다 분명한 태도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 사실상의 한일FTA 앞두고 반일여론도 부담

또 하나의 문제는 한일관계 정상화다. 오바마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성공적인 출범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양대 축은 한국과 일본이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한일관계 정상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줄곧 미국정부는 역사문제에 있어 음양으로 우리의 전향적 태도를 요구해왔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이 TPP에 참여할 경우, 사실상 한일FTA가 성사된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도 경제분야 협력을 통해 한일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23일 2년 반 만에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재개하고 ▲글로벌 경제 변화에 공조 ▲민간 부문 경제협력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한중일 FTA 등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사실상 TPP 참여를 앞둔 사전 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국내의 강한 반일여론이 부담이다. 지난 4월 29일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미 양원합동연설에서 끝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결국 28일 위안부 피해자 이효순 할머니는 일본의 사과를 끝내 받지 못한 채 별세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조선인 강제징용의 한이 서려있는 ‘하시마 섬’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 하고, 후쿠시마산 수산물 금수조치에 항의해 한국 정부를 WTO에 제소하겠다는 태도를 취해 우리의 국민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외통위의 한 관계자는 “정상회담 의제를 두고 사전조율과 모멘텀 형성이 중요한데, 국내외 정치상황이 결코 쉽지 않다. 여론과 외교적 이익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드배치와 한일관계는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큰 변화가 있을 텐데, 어떤 식으로 정립을 해나갈지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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