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목함지뢰 폭발사건이 정황상 북한군의 소행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군부 강경파들의 충성 경쟁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그 배후에 김영철 정찰총국장과 김상룡 인민군 2군단장이 거론되고 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북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목함지뢰 폭발사건이 정황상 북한군의 소행으로 명백해지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다만, 우리 군의 대응 차원에서 재개한 대북심리전용 확성기 방송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확성기 방송은 2004년 이후 11년 만의 재개다. 12일 현재까지 4개소에서 확성기 방송을 하고 있으나, 전면 확대와 추가적 대북 조치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우리 측 외교안보라인의 물밑행보도 바빠졌다. 이번 지뢰 도발의 배후 찾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현재 유력한 배후로 북한의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지목됐다. 그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대남 강경파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지난 4월 대장에서 상장(우리 군의 중장)으로 강등된 김영철이 지난달 29일 공군 지휘관 전투비행술 경기대회에서 별 네 개의 군복을 입고 등장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대장 복귀 후 첫 대남 도발로 해석한 셈이다.

◇ ‘충성파’의 소행… 김영철 기획→김상룡 지휘→정용만·최신일 작전

하지만 사건의 직접적 지휘는 김상룡 인민군 2군단장(중장)이 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발생한 육군 1사단과 마주하고 있는 북한 부대는 6사단과 15사단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6사단장 정용만 소장과 15사단장 최신일 소장이 상급 부대인 2군단의 김상룡의 지휘를 받고 있다. 특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해 최전방 지역의 수뇌부를 측근으로 물갈이했다는 점에서 향후 군부 재편 과정에서 김상룡에게 힘이 실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 일각에선 북한의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싸움을 걸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했다. 두 사람은 2006년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각각 수석대표로 만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지뢰 도발이 군부 강경파들의 충성경쟁에서 비롯됐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김상룡은 ‘무력통일’을 주장하는 대표적 충성파로 통한다. 지난해 정전협정 체결 61주년인 7월27일 육해공·전략군 결의대회에서 “군단 장병들이 가소롭게도 흡수통일과 평양점령을 꿈꾸는 미제와 청와대 얼간망둥이들에게 진짜 전쟁 맛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 만단의 준비를 갖추고 남녘 해방의 공격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은에게 충성심을 과시하는 군부 신진세력이 성장하고 있는 반면 반대 측에 섰던 인물들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서열 2위로 통했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숙청 사실을 확인하며, 김정은 집권 이후 처형된 간부가 70여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최영건 내각 부총리의 안위를 둘러싸고 총살설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이 추진하는 산림녹화정책과 관련해 불만을 표출하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지난해 10월28일 성산역 준공식에 참석한 이후 최근까지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최영건이 남북 경협과 개성공단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2005년 6월 남북장관급 회담에 북측 대표로 나서 서울을 방문한 최영건은 이후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북측 위원장을 역임하며 “개성시를 남북 물류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군부 서열 1위 황병서와 서열 4위 김원홍의 권력투쟁 치열

최영건이 물러나는 대신 또 한명의 경제 관료가 부상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5월 노동당 비서로 승진해 경제 분야를 관장하고 있는 오수용이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격된 것. 노동당 정치국은 노동당의 노선과 정책, 주요 인사 등을 결정하는 권력 기구다. 김정은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맡은 상무위원에 이어 위원, 후보위원 순으로 서열이 구성된다. 현재까지 정치국 위원으로 확인된 인물은 최룡해·최태복·강석주·김기남 당비서와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리용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이다.

한편, 북한 내 군부 서열 전쟁이 치열하다. 서열 2위로 통했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숙청되면서 서열 1위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서열 4위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간에 치열한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열상으로는 황병서가 서열 1위지만, 김원홍이 소속된 보위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직속 조직이자 절대 신임을 받고 있기 때문에 대북 전문가들은 서열 4위인 김원홍이 권력투쟁에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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