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대선과정에서 안철수 후보 측 캠프에 '비선'이 개입해 수차례 위기를 맞았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비선라인에 의지해 소통이 부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선 당시 안철수 측 ‘진심캠프’에 합류해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 참여했던 최측근 금태섭 변호사의 회고록에서다.

지난 18일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를 출간한 금태섭 변호사는 “당시 안철수 후보가 여론조사에 합의했다면 안 후보가 이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회고하면서 “안 후보의 갑작스러운 사퇴가 장기적으로 정치에 대한 허탈과 무관심으로 이어졌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특히 금 변호사는 안철수 후보의 사퇴에 대해 “최악의 수였다”고 평가하며 “적어도 지지자들에게 묻는 절차를 거쳤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사퇴가 공식 선거조직이었던 ‘진심캠프’와의 사전조율 없이 독단적이고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는 의미다.

◇ 박영선·금태섭 회고에서 확인되는 안철수의 석연치 않았던 사퇴

이 같은 분위기는 박영선 의원이 최근 발간한 책에서도 확인된다. 문재인 후보 측에서 단일화 룰 협상을 담당했던 박 의원은 안 후보의 사퇴에 대해 “(안 후보 측과) 조금 전까지 협상을 벌여온 우리에게도 놀라운 것”이라고 회고 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단일화 룰을 두고 양측의 이견이 끝내 좁혀지지 않자, 문 후보는 진심캠프에서 제시한 ‘마지막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양측의 협상을 담당했던 두 사람의 회고를 종합하면, 안 후보의 사퇴회견 직전까지도 협상팀들은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다. 비록 후일담으로 전해진 것이지만, 안 후보 측이 제시한 ‘마지막 중재안’을 두고 문 후보 측이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유리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안 후보는 왜 갑작스럽게 사퇴를 발표한 것일까.

▲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 측 '진심캠프'에 참여, 문재인 후보 측과의 단일화 룰 협상을 담당했다. 최측근으로 통하는 금 변호사의 자기반성적인 고백이 안 의원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금 변호사는 박경철 원장이 만든 비공식 기구와 강박적인 보안의식에 따른 ‘불통’을 원인으로 꼽았다. 공식 선거조직과의 논의는 뒤로하고 비선라인에 의존하다가 마지막에 ‘악수’를 뒀다는 의심이다. “박 원장이 별도의 모임을 만들고 후보와 비공개 회합을 가지면서 선거운동의 모든 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게 금 변호사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비선라인에서 메시지 방향의 상당 부분을 결정하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발표가 불쑥불쑥 나왔고, 기본적인 전략에 혼선이 있어 여러 차례 위기가 닥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금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안 후보의 사퇴와 단일화 실패는 “진심캠프의 책임이 더 크다”고 고백했다.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는 책의 제목과 연관시켜 보면, 야권의 지난 대선패배에는 안 후보의 ‘불통’과 ‘비선라인 의존’도 하나의 원인이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협상의 상대였던 박 의원도 “숨 막히는 승부의 순간은 피했지만, 단일화 절차가 부여할 역동성은 반감되는 아쉬운 순간”이라고 당시를 평가했다.

◇ 대선패배 앙금 여전, 문재인 측으로 책임돌린 안철수

한편 지난 대선패배로 앙금이 여전한 상태에서 이 같은 논란은 안 의원의 입지를 더욱 축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때 합류해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금 변호사의 자기반성적인 회고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비선라인에 의지하고, 공식라인과의 논의도 없이 ‘사퇴’를 결정했다는 의혹은 지지자들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올해 초 ‘비선실세 논란’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이 그 사례다. 

이 같은 석연치 않은 사퇴과정에 대해 안 의원은 ‘역사에서 배운 결단’이었다고 항변했다. 지난 1987년 대선당시 김영삼·김대중 등 야권후보들의 난립으로 패했다는 사실을 거론, ‘정권교체’라는 큰 뜻을 위해 자신이 양보했다는 것이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후보 측에서 3자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인터뷰를 봤다”며 “그걸 아침에 보고, 이제는 방법이 없고 예전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제가 내려놔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문 후보 측으로 책임을 돌렸다.

비선논란에 대해서는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기억이 좀 다를 수 있다. 당시 캠프에서는 다양한 분들의 여러 의견을 다 듣고 결정했다”고 반박했고, 사퇴하지 않았다면 이겼을 것이라는 주장에는 “시일이 많이 지났다. (문 후보가) 3자 대결 선언까지도 했는데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논란이 커지자 19일에는 “외부에 있다고 모두 비선은 아니다. 지역 유지들이 캠프에 들어오기 어렵지 않느냐”고 설명하면서 “(박 원장은) 제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조언을 들었던 여러 분들 중 한 사람이고, 민주당과의 통합 이후에는 만나지 않았다”고 비선이 아님을 적극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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