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실적악화에 성장둔화, 여기에 노조파업 위기까지… 그야말로 삼중고다. 잇단 악재로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는 한국타이어 얘기다. 특히 한국타이어를 이끌고 있는 조현범 사장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형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라 일련의 악재들은 곤혹스러울 정도다.

▲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 잇단 악재, 조현범 사장의 ‘몫’

최근 국내 타이어업계는 중국산 저가 타이어 공세에 엔·유로화 약세까지 겹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타이어의 연결기준 상반기 영업이익은 4,04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1% 가량 감소했다. 실적악화가 비단 한국타이어만의 일은 아니지만 ‘빅3’ 중 막내 넥센의 승승장구에 견주면 ‘업계 1위’의 체면은 말이 아니다.

여기에 타이어 매출 40%를 차지하는 현대차와의 관계도 소원해진데다, 글로벌 타이어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한국 브랜드에 대한 견제까지 심해지면서 한국타이어의 성장세에는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모습이다.

최근 조현범 사장이 글로벌 시장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조현범 사장은 미국을 비롯해 해외시장에 공장을 증설하거나 기술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물론 현재 한국타이어에 대한 경영총괄은 ‘서승화 부회장 체제’라는 게 정확한 표현이지만, 후계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경영능력 검증 작업이 시작됐고 조현범 사장 역시 ‘후계자’ 중 한사람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한국타이어가 맞닥들인 현주소는 조현범 사장의 리더십과 무관치 않다.

무엇보다 조현범 사장이 어느 정도의 경영능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후계구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련의 악재들은 서승화 부회장이 아닌, 조현범 사장의 ‘몫’이다.

실제 최근 한국타이어그룹은 장남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에 ‘크로스 경영(겸직, 교차인사)’을 시작했다. 그동안 장남 조현식 사장이 ‘비 타이어’ 부문을, 조현범 사장이 수익과 직결되는 ‘타이어’ 부문을 맡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된 듯 보였지만, 이번 인사조치로 서로의 영역에 발을 담그게 하는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업계에선 형제간 협업과 견제를 통해 본격적인 후계 경쟁을 시키고자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조현범 사장 입장에선 제대로 된 리더십을 증명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 됐다. 일련의 위기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고, 악재를 원만하게 털어내느냐가 경영능력 검증의 잣대가 될 것이란 얘기다.

당장 ‘임금협상’이 발등의 불이다. 한국타이어 노조는 21~23일 진행된 파업 찬반 투표에서 86.3%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임금인상폭을 둘러싼 사측과 노조 측의 견해차가 큰 것이 원인이다. 노조는 기본급 기준 6.7%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1% 인상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노조는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파업에 들어가면 노조 설립 53년 만의 첫 파업이 된다. 업계에서는 앞서 금호타이어 노조가 전면파업을 실시한 것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매출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타이어가 파업을 하게 될 경우, 타격은 생각보다 크다. 가뜩이나 실적이 악화된 마당에 노조 파업까지 이어지게 되면 한국타이어는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업계 일각에선 조현범 사장이 현재 한국타이어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서승화 부회장의 리더십을 비교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서승화 부회장은 2007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이후 현재까지 한국타이어의 성장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서승화 부회장 체제에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신입사원에서부터 시작해 CEO까지 오른 인물로, 실력은 물론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매우 훌륭하다. 그동안 한국타이어에 노사분규가 없었던 것도 ‘소통’을 중시하는 서승화 부회장의 리더십이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결국 조현범 사장의 리더십은 서승화 부회장의 ‘그늘’을 벗어날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느냐에 달려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과연 경영능력 검증대에 오른 조현범 사장이 잇단 악재를 털어내고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 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조현범 사장의 행보에 업계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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