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6 13:37
[박병모의 세상읽기] 문재인의 ‘광주예산 챙기기’ 진정성 논란
[박병모의 세상읽기] 문재인의 ‘광주예산 챙기기’ 진정성 논란
  • 시사위크
  • 승인 2015.09.0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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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박병모:현 광주뉴스통 발행인, 전 광주 FC 단장,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시사위크] “있을 때 잘해!” 비록 유행가 가사지만 살다보니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가슴팍을 파고드는 말이 없다. 한때 벼슬자리에 있을 때 주위를 제대로 챙겨주고 보살펴야지, 그렇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면 별 볼일이 없어져 도와주고 싶어도 못 도와준다는 뜻이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인이 권력을 움켜잡았을 때 그 맛에 취한 나머지 민심을 살피지 못했다면 나중에 부메랑처럼 후회막급으로 되돌아 갈 것이다. 3일 광주로 내려온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딱 그런 케이스다. 문재인 대표는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내면서 호남지역을 홀대한 사람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표의 호남홀대는 지난 4·29재보선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자신을 ‘메기’라고 지칭한 천정배 후보를 잡지 못해 새정치연합이 쩔쩔매자, 문 대표는 광주 서구 을 선거구를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하지만 문 대표가 선거지원 유세에 나설 때 마다 새정치연합 후보의 지지율이 자꾸만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문 대표가 한번 올 때마다 지지율이 1.5%씩 떨어지니 차라리 광주로 내려오지 않는 게 도움이 된다는 푸념 섞인 말이 선거캠프에서 나오곤 했다.

당시 문재인 대표는 자신에 대한 반감에서 오는 광주의 민심이반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 했다. 표를 먹고, 민심을 먹고 살아가는 정치인으로서의 문재인 대표가 표심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마이웨이식 행동을 하는 것은 재보선 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3일 문재인 대표가 광주에 내려왔다. 다음 날 부분 개관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둘러볼 겸 광주시와 내년도 예산협의회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자꾸만 자신으로부터 멀어져가는 광주민심을 껴안아 보려고 발버둥 친다. 오는 것이야 말릴 수 없고 도와준다는 데 마다할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문 대표는 호남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형식적인 말만 되풀이 하곤 되돌아갔다. 광주시로서도 이틀 전인 지난 1일 서울에서 광주전남 국회의원 17명과의 정책간담회에서 보고한 내용을 그대로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문 대표가 광주를 위하고 호남민심을 껴안고 싶었다면 광주전남 국회의원 17명이 참석한 서울 정책간담회 자리에 동참해서 예산확보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전략적 접근을 했어야 했다. 그렇지만 문 대표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은 채 3일 광주로 내려와 서울의 정책간담회 내용과 똑같은 보고를 받고는 마치 ‘호남 껴안기’라도 하는 것처럼 모양새를 취했다.

국회의원들이야 문 대표가 공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리 오너라’하면 ‘예’하고 대령할 수 있지만, 광주시는 무슨 죄가 있기에 똑같은 예산보고를 이틀 걸러 또 다시 해야 하는가. 이 자리에 참석한 박혜자 광주시당위원장, 장병완 · 김동철 · 권은희 의원을 민망하게 만드는 꼴이 됐다.

이를 지켜본 언론과 광주시민들은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조차 문 대표와 지역 국회의원 간 손발이 맞지 않고 소통마저 되지 않은 걸 보니, 국민과의 소통은 “말해서 뭘 바라겠느냐”는 반응이다. 그래서 신당창당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오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공교롭게도 문 대표가 광주를 방문한 날, 3선의 장흥· 강진· 영암출신인 유선호 전 의원과 부안을 지역구로 한 장세환 전 의원이 3일 새정치연합을 전격 탈당했다. 새롭게 태동하는 신당 창당의 마중물이가 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내 비노 계열인 광주 동구의 박주선 의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추석 전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어찌 보면 문재인 대표가 4·29재보선 때 공천 잘못과 광주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그 반사이익으로 당선을 시켜준 거나 다를 바 없는 천정배 의원도 조만간 신당 창당의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신민당이라는 당명을 내건 박준영 전 전남지사도 어떤 형태로든 신당을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야당텃밭이라고 하기엔 되레 따돌림을 당하는 문재인 대표 체제가 갖는 한계성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 그 대안으로 문 대표는 광주태생인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내세웠다. 그것도 이 지역 J고 출신을 내세워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광주지역 3선의원의 목을 먼저 자르겠다고 했다가 대상자들이 반발하자 주춤한 상태다.

자신의 손엔 피를 묻히지 않으려고 짜고 치는 고스톱과 같은 새정치연합의 혁신안으로는 결코 호남민심을 껴안고 가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굳이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표에게 보내줬던 90% 이상의 지지율은 이제 그 절반으로 떨어졌다.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효과가 광주에서는 별로 통하지 않음을 방증한다.

그래서인지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대로 가다간 내년 총선에서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을 털어놓곤 한다. 문재인 대표의 진정성 없는 광주 행보가 거듭될수록 전라도 말로 ‘뉘’가 날 수 밖에 없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