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구 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재건’의 꿈에 바짝 다가갔다. 채권단과의 오랜 줄다리 끝에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 24일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50%+1주, 1753만8536주)을 7,228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한 달 안에 자금 조달 계획서를 채권단에 제출하고, 12월 30일까지 인수 대금을 납입하면 박 회장은 금호산업을 최종 인수하게 된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박 회장은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의 최대주주로 복귀하게 된다.

금호산업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30.08%)로,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금호터미널·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IDT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로써 박 회장의 ‘그룹 재건 노력’도 결실을 볼 수 있게 됐다.

그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후, 지난 2009년 금호산업ㆍ금호타이어(워크아웃), 금호석유화학ㆍ아시아나항공(자율협약) 등 주력 계열사들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는 아픔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도 채권단 출자전환 및 감자 등으로 그룹 지배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내놔야 했다.

◇ 금호산업 품에 안는 박삼구 회장, 그룹 재건 가속도

하지만 3,300억원대의 사재출연 등 경영 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결과, 채권단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10년 그룹 회장으로 복귀한 데 이어 2013년 11월에는 금호산업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2월 각각 자율협약과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금호산업도 지난해 10월 매각 조건부로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그룹 전체가 경영정상화 궤도에 올라섰다. 올해부터 박 회장은 금호고속 재인수를 시작으로, 주력 계열사 지배권을 되찾는 작업에 주력했다.

그리고 이번에 금호산업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면서 그토록 원하던 그룹 재건을 눈앞에 두게 됐다.

하지만 박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인수 계약 후 기쁨보다는 미안한 마음부터 전했다.

박 회장은 “많은 염려를 끼쳐 국민들께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금호산업 인수를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더 낮은 자세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국가 경제 발전에 작지만 큰 힘이 될 수 있게 여생을 바치겠다”고 전했다.

또한 그간 갈등을 이어왔던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화해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박 회장은 “본인의 부덕한 탓으로 가족 문제 때문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가족 간 화합을 위해 더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또 자금 조달에 대해선 “현재 도움을 주는 전략적, 재무적 투자자들이 있다”며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물론 ‘그룹 재건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선 한 가지 고비가 더 남아있다. 채권단이 42.1%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금호타이어를 다시 되찾아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뒤 내년부터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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