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슬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았던 아슬란은 출시 전부터 상당히 큰 주목을 받았다.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라는 아슬란의 독자적인 포지션이 준대형 세단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를 모은 것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이 꼼꼼히 챙긴 야심작으로 알려지면서 기대는 더욱 컸다.

하지만 높은 기대는 곧 실망으로 이어졌다. 아슬란의 판매량은 출시 첫 달인 지난해 11월 1,320대로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12월 992대, 2015년 1월 1,070대, 2월 1,054대 등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심지어 3월엔 866대로 떨어지더니 이후 한 번도 월간판매량이 1,000대를 넘지 못하고 있는 아슬란이다.

◇ 뚝뚝 떨어지던 아슬란 실적… 9월엔 달랐다

그런 아슬란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8월 425대라는 초라한 판매량을 보인 아슬란은 9월 821대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5월 504대, 6월 771대, 7월 612대와 비교해도 깜짝 판매량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지난 여름에 접어들면서부터 “아슬란은 사실상 실패”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판매량이 유지도 아닌 하향곡선을 그렸고, 여론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슬란 살리기에 나선 현대차는 가격 할인과 다양한 프로모션, 그리고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가격 할인의 경우 오히려 아슬란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아슬란을 구입한 고객들의 반발을 사는 등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결국 지난 8월 아슬란이 역대 최소 월간판매량을 기록하자 더 이상 소생은 불가하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더욱이 9월엔 많은 주목을 받은 쉐보레 임팔라가 국내에 발을 들여놨다. 안 그래도 입지가 없는 아슬란에겐 또 하나의 악재였다. 아슬란은 그렇게 잊혀지는듯 했다.

▲ 아슬란 월간판매량 추이.
하지만 아슬란의 9월은 달랐다. 물론 애초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하향곡선을 뒤집는데 성공했다. 5개월 만에 최다 월간판매량이고, 5개월 만에 월간판매 800대를 넘겼다. 아슬란이 보여준 그간의 행보와 임팔라 출시 등 외부적 요인을 고려하면 더욱 놀랍다.

현대차 관계자는 “단순히 가격 할인 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모션과 이벤트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좋은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임팔라에 대해서는 “사실 임팔라는 아슬란이 아닌 그랜저의 상대로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임팔라를 기다리던 고객 중 아슬란으로 마음을 돌린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신차 출시가 오히려 경쟁 차종의 판매량 증가를 부르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슬란의 9월 반등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이제 ‘아슬란의 계절’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아슬란은 그랜저는 다소 아쉽고, 제네시스 이상은 다소 부담스러운 상무·전무급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 따라서 인사철인 연말은 아슬란이 노리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난해엔 기대만큼 선택받지 못했다. IMF보다 심각했다던 경기 악화 여파가 컸다. 지난해에 비해 한결 나아진 올해는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차량 자체에 대한 평가는 좋은 만큼, 9월의 반등을 계기삼아 치고나간다면 반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는 워낙 경기가 안 좋았기 때문에 도리가 없었다”며 “아슬란의 공략 지점이 연말 인사철인 만큼, 다가오는 연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가오는 ‘아슬란의 계절’, 아슬란의 운명은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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