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우).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르면 내년 2월까지 호텔롯데 상장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파상 공세가 이어지면서 향후 상장 절차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 신동주 전 부회장의 파상공세…롯데그룹 지배구조개선안 추진 차질 예고

신동빈 회장은 지난 8월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지배구조개선책’을 발표했다. 한국 롯데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를 내년 상반기까지 기업공개(IPO) 하고 올해 안에 순환출자고리 80%를 해소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또 신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시켜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내년 2월 목표로 추진 중인 호텔롯데의 상장 절차는 최근 다시 격화된 경영권 분쟁으로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롯데가 경영권 분쟁은 최근 2라운드를 맞이했다. 1차전에서 패했던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그는 신 총괄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 무효소송, 호텔롯데 상대 이사해임에 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하면서 본격 소송전에 돌입했다. 또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인 광윤사 장악에도 성공하면서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4일 동생인 신동빈 회장을 이사에서 해임하고 광윤사 대표이사에 올랐다. 아울러 아버지를 앞세워 자신의 후계 적통성을 강조하는 등 적극적인 ‘여론몰이’에 돌입하면서 롯데그룹은 다시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이 같은 경영권 분쟁은 상장 절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심사에는 매출, 영업이익과 같은 경영성과 뿐 아니라, 지배구조 안정성과 같은 질적 심사도 함께 진행된다. 즉, 롯데의 불안정한 지배구조 문제가 상장 심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 ‘경영권 분쟁’ㆍ‘면세점 사업권 수성’ 상장 심사에 변수 

문제는 또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려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소유 주식을 상장 이후 6개월간 보호예수해야 한다. 만약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지분을 통해 보호예수에 응하지 않으면 사실상 호텔롯데의 상장이 물 건너 갈 수 있다.

▲ 호텔롯데. <사진: 뉴시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올해 6월 말 기준 일본롯데홀딩스로 지분율은 19.07%다. 여기에 롯데그룹 지분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가 5.45%를 보유 중이다.

또한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해 1.62% 개인 지분 뿐 아니라 최대주주로 있는 광윤사를 통해 지분 28.1%를 갖고 있다.

결국 신 전 부회장이 상장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신 전 부회장은 상장 추진 이전에 순환출자고리를 100% 해소하고 향후 합병계획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 신 전 부회장의 측근인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은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장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상장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며 ”앞으로 호텔롯데에 투자하는 투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한 후 합병계획을 명확히 밝힌 후 상장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면세점 특허권’ 문제도 변수다. 현재 호텔롯데는 올해 만료되는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의 면세점 특허권을 다시 따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영권 분쟁 사태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사업권 수성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일고 있어 롯데는 속이 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측은 롯데의 경영권 분쟁을 비롯해 면세사업 특허 문제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심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롯데그룹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예정대로 상장 절차를 추진한 계획”이라며 “신동빈 회장이 국감 현장에서 밝힌 것처럼, 빠른 시일 내에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안에 순환출자고리를 80% 해소하는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그룹은 KDB대우증권과 메릴린치,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 3곳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호텔롯데의 상장을 진행하고 있다. 11월 중에는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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