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 클리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차량 중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차량 QM3. 그리고 최근 알페온을 대신해 국내에 상륙한 뒤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쉐보레 임팔라. 두 차량의 공통점은 이른바 ‘무늬만 국산차’라는 점이다.

‘무늬만 국산차’라는 말의 의미는 간단하다. 두 회사 모두 외국계기업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지만, 국내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국내 업체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국산 업체’로 인식된다. 다만, QM3와 임팔라는 다르다. 국내에서 생산한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수입해 판매한다. ‘무늬만 국산차’라고 불리는 이유다.

QM3와 임팔라의 인기는 상당하다. 2013년 말 국내에 도입된 QM3의 경우 지난해에만 9,923대가 팔리며 소형SUV라는 틈새시장 공략에 제대로 성공했다. 올해 역시 9월까지 1만6,974대가 팔리며 SM5(1만8,813대)의 뒤를 잇고 있는 QM3다.

임팔라 역시 출시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돌풍을 일으키며 준대형 세단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10월에는 2,000대를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대기자도 상당하다. 얼마나 파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출고하느냐가 관건일 정도다.

두 차량의 인기엔 각각의 이유가 있겠지만, 겹치는 부분도 존재한다. 바로 해외에서 생산됐다는 점이다. 막연한 생각일 수 있으나, 이점에 매력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 르노삼성이 국내에 도입해 성공을 거둔 QM3.
◇ 틈새 시장이라 하기엔 너무 좁은 ‘소형 해치백’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무늬만 국산차’가 등장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인공은 ‘클리오’다. 르노의 소형 해치백 모델인 클리오는 유럽에서만 연간 30만대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은 차량이다.

기아차의 프라이드 해치백과 비슷한 사이즈의 이 차량은 놀라운 연비를 자랑하는 등 ‘효율적인 차’로 통한다. 또한 해치백 모델의 특성상 민첩하면서도 편리하며, 여기에 작지만 세련된 디자인까지 갖추고 있다.

이러한 클리오가 국내에 출시된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은 당연히 관심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르노삼성 측은 “클리오의 국내 도입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르노삼성이 클리오 도입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QM3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쏠쏠한 성공을 맛봤을 뿐 아니라, 유럽에서 인정받은 클리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관계자는 “클리오를 두고 여러 보도가 나오면서 오해의 소지가 발생한 것 같다”며 “검토를 한 것은 맞다. 하지만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현재는 완전히 접은 상황이다. 내년에 출시가 확정된 것은 탈리스만과 QM5 뿐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클리오를 국내에 도입하려면 연간 2만대 이상 판매가 보장돼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 소형 해치백 시장을 감안하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QM3 조차도 아직 연간 2만대 판매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클리오와 비슷한 수준인 기아차 프라이드의 경우 세단과 해치백을 합쳐도 한 달에 400~500대 밖에 판매되지 않는다. 지난해 총 판매량도 8,893대에 불과하고, 해치백 모델만 따지면 이보다 훨씬 줄어든다.

‘남들이 하지 않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표방하고 있는 르노삼성이라 하더라도, 클리오를 도입하기엔 국내 소형 해치백 시장이 너무 협소한 셈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QM3의 경우 시장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소형 해치백 시장은 다르다”며 “내년에 2대의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클리오를 도입할 여력도 충분치 않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