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월드타워점(잠실) 면세점 사업권 상실, 후폭풍 일파만마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그야말로 뼈아픈 패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잠실 ‘월드타워점’의 면세점 사업권 수성에 실패했다. 면세점 사수에 사활을 걸었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악화된 여론의 부담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형제간 ‘집안싸움’에 발목잡혔다”

“(면세점 탈락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99%가 나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탈락과 관련, 책임을 자신으로 돌렸다.

지난 14일 발표된 서울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롯데는 소공점만 겨우 지키고 월드타워점(잠실)의 ‘특허 재승인’에 실패했다. “향후 1조원 이상을 투자해 동북아 랜드마크 면세점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지만, 신생인 두산에게 ‘특허권’을 빼앗기면서 자존심을 단단히 구겼다.

이번 탈락에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결국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는 지난 7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일본기업 논란’으로 국민적 반감이 커지면서 여론은 걷잡을 수 없게 악화됐다.

이에 신동빈 회장이 지배구조 투명화 방안을 담은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며 여론 수습에 나섰으나, 싸늘해진 민심은 쉽게 돌아서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심사를 앞두고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소송전’에 돌입하면서 잡음이 이어졌다. 결국 이 같은 집안싸움이 면세점 ‘특허 재승인’ 심사에서 발목을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독과점 논란’도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이번 특허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롯데는 끊임없이 ‘독과점 논란’에 시달려왔다. 다른 후보 업체들은 “롯데의 면세점 시장 점유율이 53.4%에 이르는 만큼, 이제 다른 업체에도 기회를 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 신동빈 회장 안정적인 ‘원톱’ 체제 구축 ‘흔들’

‘월드타워점’ 수성에 실패한 롯데가 받을 타격은 클 전망이다. 우선은 ‘알짜 매출처’의 손실이 뼈아프다.

‘월드타워점’은 연간 매출이 4,820억원으로, 서울 시내 면세점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곳이다. 더구나 롯데는 지난해 10월 잠실 롯데월드에 있던 이 면세점을 제 2롯데월드(월드타워점)로 옮기면서 새 단장 비용만 4,000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이전 1년 만에 폐점을 하게 되면서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투자는 순식간에 ‘헛수고’가 됐다. 수천 명에 달하는 면세점과 협력업체 직원들의 고용 문제 역시 고스란히 ‘부담’으로 남게 됐다.

또 내년 초로 예정된 ‘호텔롯데의 상장 절차’에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업계 안팎에선 ‘월드타워점’ 특허권 상실로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서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상장)를 포함해 신 회장이 주도하는 지배 구조개선 방안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번 ‘면세점 수성’에 실패하면서 신 회장은 적지 않은 책임론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신 회장의 약점을 찾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에겐 공격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신 전 부회장은 면세점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를 앞세워 16일 롯데그룹 7개 계열사 대표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 여론전을 시작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이번 면세점 탈락과 관련해 “국민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호텔상장은 물론 대국민 약속(지배구조개선방안)을 반드시 지켜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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