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대화 중인 차남 김현철 교수와 김무성 대표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대한민국의 격동기 정치사의 주요 페이지를 장식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정치의 격랑을 함께했던 상도동계 동지들은 소식을 듣자마자 빈소를 찾으며 애도를 표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나 최형우 전 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막내’로 통하는 김무성 대표도 ‘상도동계’ 출신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먼저 빈소를 찾아 ‘상주’ 역을 자처했다. 조문이 끝난 뒤에도 빈소를 떠나지 않고 조문객들을 맞이하는 것으로 예를 다했다. 김무성 대표는 “저는 YS의 정치적 아들”이라며 “상주의 마음으로 고인이 가시는 길을 정성껏 모시겠다”고 말했다.

◇ 김무성과 서청원, 한솥밥 먹던 사이에서 대적자(對敵子)로

다만 상주역할을 자처한 두 사람이지만 최근 엇갈린 행보에서 오는 불편한 감정도 느껴졌다. 손님을 맞이할 때도 되도록 마찰을 피했으며, 서 최고위원이 안에서 손님을 맞이할 때, 김 대표는 근방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같이 있으면서도 서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바로 얼마 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공천문제로 고성이 오갔던 두 사람이었다.

사실 비박의 대표주자로 통하는 김 대표와 친박좌장인 서 최고위원의 정치적 뿌리는 같다. 실제 상도동계 막내로 들어와 선배들의 신발정리부터 했다는 김 대표와, 재선의원으로 상도동계에 입문해 문민정부 장관까지 역임했던 서 최고위원은 꽤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이후에도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정계에 입문시킨 박근혜 대통령과 뜻을 함께하며 지금의 새누리당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두 사람의 행보는 엇갈리기 시작했다. 18대 총선 당시 ‘공천학살’을 당한 김 대표는 무소속으로, 서 최고위원은 친박연대를 만들면서 어긋났다. 결정적으로 세종시 문제가 계기가 됐다 서 최고위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원안고수’ 입장을 적극 옹하한 반면, 김 대표는 친이계를 지지했다.

▲ 최근 당내 현안문제에서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은 상도동계 마지막 후예들이다.
◇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갈등봉합 계기될까

2012년 대선에서 잠시 한솥밥을 먹었던 두 사람은 지난해 전당대회를 통해 본격적인 ‘갈등구도’를 만들었다. 서 최고위원은 친박의 대표였고, 김 대표는 비박의 지원을 등에 엎은 터였다. 결국 비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김 대표가 승리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넓히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갈등구도는 당내현안문제에서 매번 파열음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예민한 문제인 공천에서 만큼은 한 식구였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공개·비공개 자리를 가리지 않고 다툼이 심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도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를 향해 “언론플레이 하지 마라”, “내가 핫바지인줄 아느냐” 등 강한 어조로 공격했다. 김 대표도 “화만 낼 게 아니다”라고 자리를 박차며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교수에 따르면 고인이 마지막 남긴 메시지는 ‘화합과 통합’이었다고 한다.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직전, 노구를 이끌고 병원을 찾아 화해를 시도했던 고인이었다. 상도동계의 마지막 후예들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인 상도동계 선배들 역시 고인의 유지를 강조할 것이 예상된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가 ‘공천’ 문제 등으로 첨예한 갈등을 보이는 두 사람의 관계에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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