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하반기 물류업계 최대어로 주목 받던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사진='동부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시사위크=조지윤 기자] 올해 하반기 물류업계 최대어로 주목 받던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20일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위한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던 현대백화점은 공시를 통해 인수를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에 대한 답변을 통해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와 관련 매도인 측과 매각가격 및 세부조건에 대해 협의했지만 이견이 있어 인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무산 요인은 ‘가격’

국내 3위 물류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는 특히 자회사인 인천항만(100%),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65%), 동부고속과 동부렌터카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도 11% 갖고 있어 다채널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가 매물로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과연 누가 이를 품에 안게 될지 주목했다.

지난 7월 예비입찰을 마감한 결과 CJ대한통운, 신세계 이마트, 현대백화점, 한국타이어, 동원산업 등 유통업계 주요 대기업을 포함한 10개 기업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당시 매각가격은 7,000~9,000억원 사이로 거론됐다.

이후 9월 본입찰에는 현대백화점만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CJ대한통운과 이마트는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제 현대백화점의 행보에 주목했다. 동부익스프레스의 실질적 최대주주인 KTB프라이빗에쿼티(PE)와 현대백화점은 매각을 위한 본계약 협상에 착수했고 매각가격은 현대백화점이 제시한 4,700억원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지난 20일 현대백화점이 공시를 통해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와 관련해 매도인 측과 매각가격 및 세부조건에 대해 협의했지만 이견이 있어 인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전하면서 김빠진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은 올해 매각 무산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9월 현대백화점은 동부익스프레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KTB PE와 두 달간 협상을 벌였으나 인수대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 측은 동부익스프레스 임직원 위로금 지급, 회사에 걸린 소송, 인천항만의 면허 만료와 실적하락 등의 이유로 인수 가격 할인을 요구했지만 KTB PE 측과 끝내 협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기존 제시가 4,700억원에서 300~500억원 정도를 할인해달라고 요구했지만 KTB PE 측이 이를 거부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주목받던 매물 동부익스프레스에 대한 관심이 기업들 사이에서 사그라져 간 이유에는 무엇보다 ‘가격’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KTB PE가 고가 매각을 고집하다 결국 거래 자체가 무산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동부익스프레스의 매출은 8,152억원이었다. 하지만 실사를 진행한 결과 동부그룹 계열사 물량에 대한 내부거래 매출 의존도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높아 지속적인 수익창출력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인천항만이 정부의 최소수입 보장에 근거해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가격 하락요인이 많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입찰에 참여했던 기업들로서는 7,000~9,000억원 사이로 거론된 매각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CJ대한통운, 신세계 이마트 등 10여 곳의 유통 대기업이 예비입찰에 뛰어들면서 매각 가격은 최대 1조원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당초 현대백화점이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과거 물류를 위탁했던 현대로지스틱스가 롯데그룹에 인수된 후 새로운 물류회사 확보를 위해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동부익스프레스 인수가 단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 상승을 가져오기 힘들어 인수 이후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고, 현대백화점의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게 됐다.

이와 관련 현대백화점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동부익스프레스 인수 철회와 관련 (공시 외에) 답변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KTB PE는 동부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를 높여 재매각을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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