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시게미쓰 아키오는 1955년 2월 14일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태어났다.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그는 명문 사립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미국으로 유학도 다녀왔다.

시게미쓰 아키오는 1985년 6월 일본의 명문집안 출신 여성과 결혼한다. 이 결혼을 주선한 것은 1970년대 중반 일본 총리를 지낸 바 있는 후쿠다 다케오였고, 그는 주례까지 도맡았다.

약 100억엔, 우리 돈으로 1,000억원이 투입된 이 결혼식엔 당시 현직 일본 총리였던 나카소네 야스히로가 직접 축사를 맡아 세간을 들썩이게 만들기도 했다. 우리로 치면 전직 대통령이 중매와 주례를, 현직대통령이 축사를 한 셈이다.

또한 시게미쓰 아키오의 결혼식엔 1950년대 후반 일본 총리를 역임한 기시 노부스케도 참석했다. 기시 노부스케는 아베 신조 현 일본 총리의 외할아버지다.

세월이 흘러 시게미쓰 아키오의 아들이 장가에 들 나이가 됐다. 아버지의 코스를 그대로 따른 그의 아들은 지난 3월 하와이에서 가족끼리 조용히 결혼식을 치렀다. 그리고 지난 주말, 일본에서 성대한 결혼피로연이 열렸다. 이날 피로연엔 시게미쓰 아키오와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아베 신조 총리까지 직접 참석했다. 자신의 결혼식에 이어 아들의 결혼식에도 현직 일본 총리가 참석한 것이다. 또한 아베 총리 외에도 일본의 정·관·재계 주요 인사 5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시게미쓰 아키오, 그는 바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 시게미쓰 아키오는 시게미쓰 아키오일 뿐

신동빈 회장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재벌대기업인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다. 아마도 도시에 거주하는 이들이라면 최소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롯데와 관련된 것을 마주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영향력이 막대한 롯데그룹이다.

이러한 롯데그룹은 최근 TV에서나 볼법한 막장드라마를 연출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신동빈 회장은 한 배에서 태어난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서로를 비난하고, 상대의 말을 부정하는 발표가 이어졌고 심지어 90대 노부를 놓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갈등은 축복받아야할 결혼식 피로연 행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일본 정·관·재계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했지만, 정작 ‘혈육’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격호 명예회장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법적인 문제, 혹은 재벌의 사회적책임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롯데그룹의 진흙탕 싸움은 세간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던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줬다.

또한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석연치 않은 지분구조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핵심은 지분구조상 한국롯데그룹이 일본롯데그룹 아래 놓여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모든 규모는 한국롯데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한국-일본롯데그룹의 최정점은 일본에 있었다.

이에 롯데그룹의 ‘국적 정체성’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와 함께 불매운동까지 전개됐다. 그러자 신동빈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롯데는 한국기업입니다”라는 서툰 한국말까지 선보이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이후 청년고용 창출, 기부 등 과거와 달리 사회적책임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롯데그룹이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이란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어렵지 않다. 한국 사람이 운영하고, 지배구조의 뿌리가 한국에 있는 기업이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는 해외에도 여러 공장 및 판매처를 두고 있지만 확실히 ‘한국 기업’으로 인식된다. 반면 한국지엠은 그 성격이 다소 다르다.

롯데는 어떨까. 우선 앞서 지적한대로 한국-일본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그 뿌리가 일본에서 출발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롯데그룹은 가지에 불과하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또한 ‘한국인’이라고 주장하는 신동빈 회장의 ‘진짜 국적’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법적으로 한국 국적을 갖고 있긴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군대도 가지 않은 그는 40대가 돼서야 사업을 위해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군대를 가지 않은 것은 그의 아들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를 모두 지우고, 지난 주말 열린 신동빈 회장 아들의 결혼식 피로연 행사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한국 사람의 행사라고는 생각하기조차 어렵다.

더욱이 롯데와 일본은 모두 최근 국내에서 여론이 좋지 않다. 이러한 시기에 결혼식 피로연 행사를 굳이 일본에서 개최하고, 국내에선 ‘지탄의 대상’인 아베 총리까지 초청한 것은 그 저의가 이해되지 않는다.

신동빈 회장, 그는 결국 시게미쓰 아키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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