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최고위를 두 번이나 보이콧한 이종걸 원내대표는 9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수도권을 포함한 과반이상의 위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위기를 돌파하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이는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의미하는 것이고, 안철수 전 대표도 (혁신전대) 입장을 내려놔 달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 비대위 체제 급부상, 분당 막기 위한 주류와 대안 없는 비주류의 이해합치
전날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주승용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비대위 출범을 촉구했다. 주 의원은 “우리 당에 속칭 주류-비주류, 친노-비노라는 계파가 있다. 이것을 인정하고 친노에서 한 세 분, 비노에서 한 세 분 정도 지역별 세대별 형평을 맞춰 임시지도체제를 3개월간 이끌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의원들도 이날 오전 회동을 갖고 새로운 지도체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들은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갈등을 해소하고, 안 전 대표의 탈당을 막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데 주류-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목소리를 함께했다.
뿐만 아니라 원외당협위원장들도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두 사람의 양보를 촉구했다. 문 대표는 현 새정치연합 분란의 책임을 지고 안 전 대표와의 혁신연대를 이뤄야 하고, 안 전 대표는 탈당을 해선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여기에는 기동민 전 서울시정무부시장과 금태섭 전 대변인 등 박원순‧안철수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 같은 비대위 체제는 주류와 비주류의 이해관계가 합치되는 지점에 있다. ‘대안’이 없던 비주류와 ‘안철수 탈당’을 막아야 하는 주류의 입장이 ‘비대위’ 구성에서 일치하는 것. 조국 전 혁신위원도 “YS-DJ의 후과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비대위 체제를 제안한 바 있다. 다만 현재까지 문 대표 등 주류 측은 ‘비대위’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주승용 의원은 전하고 있다.
한편 비대위 체제 출범으로 일시적 봉합에 성공하더라도 총선승리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대위 출범 역시 국민적 시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공천지분 나눠먹기’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진들의 험지출마론’ 등이 제기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사실 새정치연합의 이번 분란사태도 따지고 보면 본질은 공천권과 관계가 깊다. 혁신안에 규정된 하위 20% 컷오프가 논란의 핵심이다. 문 대표 등 주류 측은 “하위 20%에 포함될까봐 당을 흔들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고, 비주류 측은 “혁신안을 핑계로 문 대표가 독주체제를 구축하려 한다”고 항변하는 상황이다.
결국 양측이 신뢰를 공고히 하고 국민적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주류-비주류 모두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문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고 서울이나 부산 등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역에 출마해야 한다는 것. 여기에는 안 전 대표를 포함해 혁신안대로라면 공천이 어려운 박지원‧신학용 의원 등 중진도 해당된다.
정가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표가 부산출마로 ‘낙동강 벨트’를 형성, 바람을 일으킨 전례를 상기해야 한다. 현 새정치연합의 분란을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은 중진급의 험지 출마 밖에 없다”며 “중진들의 험지출마론으로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당 지도부는 비대위 체제로 세대별‧권역별 책임자를 두는 게 최선의 해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