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올해 재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는 무엇보다도 기업 오너들의 부도덕 행위에 따른 리스크다. 지난해 12월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올해 초까지 이어졌고, 중순에는 신동빈·신동주 롯데가 형제의 경영권 다툼이 롯데그룹의 국적논란까지 번졌다. 그리고 한해가 채 가기 전인 이달 말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신의 불륜사실과 이혼의사를 스스로 밝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땅콩회항 사건에 호텔신축 사업 무산

지난해 12월 발생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사건은 오너의 갑질 논란에서 칼피아 논란으로 번지면서 정·재계를 뒤흔들었다. 당시 뉴욕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1등석에 탑승한 조현아 부사장은 견과류인 마카다미아를 제공하는 승무원이 봉지 째 건넨 점을 문제 삼아 직원들을 질책하고, 이륙준비 중이던 항공기를 돌려 사무장까지 내리게 했다.

이후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나섰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또 다시 논란이 일었고, 국토교통부 항공안전 감독관과 대한항공의 유착관계가 드러나면서 관련 규정 개선 및 법 개정까지 이뤄졌다. 업계에선 이 여파로 인해 대한항공이 추진 중이던 경복궁 옆 호텔 신축 계획이 무산된 게 아니냐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 롯데, 신동주·신동빈 형제 경영권 다툼에 기업이미지 실추

올해 오너리스크의 백미는 롯데가의 신동주·신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었다. 이들은 분쟁에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과 어머니, 그리고 관련 지분을 가진 친인척들을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신동주·신동빈 형제는 여론전을 위해 몇 차례 언론 앞에 나서 인터뷰를 했지만, 어눌한 한국말 실력 또는 전혀 한국말을 못하는 모습으로 인해 롯데라는 기업의 국적논란만 불러 일으켰다. 롯데는 그룹 외부에 대형 태극기도 걸며 애국심 마케팅에 나섰지만,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롯데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 최태원 SK회장, 출소 5개월만에 또다시 오너리스크 발생

최근 최태원 SK회장의 이혼선언은 앞서 논란이 된 경우와 조금 다른 모양새다. 간통죄가 위헌판결로 폐지되면서 이혼은 전적으로 개인의 영역으로 분류됐고, 과거 이혼에 대한 이미지가 ‘부도덕’의 상징이었다면 현재는 황혼이혼 등 전반적으로 관대한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태원 회장의 이혼선언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내연녀와의 사이에 6살 딸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추후 이혼 시 재산분할 및 위자료 지급과 맞물려 오너리스크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관장은 27년간 최태원 회장과 부부로 살아오면서 재산형성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노소영 관장은 이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해졌지만, 소송 등을 통해 이혼을 하게 된다면 SK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8월 출소 후 SK그룹의 투자를 통해 경제에 기여하겠다던 최태원 회장이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짐을 안긴 것이다.

◇ 자본시장 정상화 위해서라도 재벌문제 개선 필요

오너리스크가 기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산술적으로 입증하기엔 쉽지 않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평판이 좋은 리더가 이끄는 기업의 이미지가 더 좋다는 것은 분명하다. 잡코리아가 최근 남녀 대학생 9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그룹 대표의 이미지와 성향’이 1위(38.2%)로 꼽혔다.

또 현대 들어 기업들은 제품에 대한 광고보다 기업 이미지를 강조한다. 제품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대체제가 있는 경우 소비자들은 그 기업의 이미지에 자신을 투영시켜 그 제품들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너 리스크'로 기업 가치가 훼손되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기업들의 발전에 소유주의 존재가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사장이 직원에게 막말하고 폭행하는 기업, 일본기업, 불륜을 유지하다 본처와 이혼을 원하는 회장의 기업들이 고객에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순 없다는 것이다.

송민경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상식에서 벗어난 재벌 문제로 기업과 시장, 감독 당국에 대한 불신까지 초래한다”며 “자본시장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시장 위기를 불러온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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