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 의사를 밝히면서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혼 시 재산분할 과정에서 노 관장에게 지주사나 주요계열사 지분을 떼어준다면 최 회장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 이혼 시 천문학적인 재산 분할 예상

최 회장은 지난 29일 언론에 보낸 편지를 통해 혼외 자식의 존재를 고백하며 이혼 의사를 공식화했다. 오랜 갈등으로 노 관장의 결혼 생활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고, 새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혼 과정은 순탄치는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노 관장이 이혼 요구를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다, 이혼에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재산 분할’과 ‘위자료 문제’가 남아있다.

▲ SK 서린동 사옥. <사진: 뉴시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4조원대의 자산을 보유 중이다. 보유자산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지주사인 SK 주식이다.

최 회장은 SK 23.4%(4조1,905억원), SK케미칼 0.05%, SK케미칼우 3.11%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들 계열사 지분 가치는 총 4조1,942억원에 이른다. 최 회장은 40억원대의 자택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동산은 거의 없다.

노 관장은 현재 SK 0.01%(21억9,000만원), SK이노베이션 0.01%(10억5,000만원) 등 32억4,000만원어치의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미한 지분이지만 재산분할 시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받으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국내 법률상 노 관장은 최 회장의 재산을 최대 절반까지 요구할 수 있다. ‘혼인파탄’의 귀책사유가 최 회장에게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재산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재산증식 기여도를 들어 더 요구할 수도 있다.

◇ 그룹 지배력 약화 가능성에 ‘촉각’

SK그룹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제2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됐고 노 전 대통령 퇴임 이듬해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했다. SK의 성장을 이끈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할 수 있었던 데는 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일각에선 노 관장이 SK텔레콤 지분을 요구할 것이란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지주사인 SK 지분을 내줘야 할 경우 지배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산분할 과정에서 최 회장의 SK 보유지분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전체지분은 11.7%(823만2736주)로 떨어지게 된다.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은 적다.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씨가 보유한 우호지분이 7.46%(525만주)에 달해 경영권 위협은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룹 지배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지주사인 SK에 대해 과반 의결권을 확보하려면 50%+1주 수준의 지분을 보유해야 하고 특별결의 정족수만 충족하려 해도 33% 이상의 지분을 가져야 한다.

최 회장의 SK그룹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 경우 계열분리 움직임이 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에선 수년 전부터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계열 분리 가속화되나

▲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좌), 최신원 SKC 회장.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그는 SK케미칼의 최대주주로 지분 14.37%를 갖고 있고, SK케미칼을 통해 SK가스, SK신텍, SK플라즈마, 엔티스, 이니츠 등을 지배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SK케미칼의 지분율을 늘리며 지배력을 강화해왔다. 재계에선 이를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해석해왔다. 최 회장의 지배력이 약해진 틈을 타 ‘분가’를 서두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이번 사건 이후 SK그룹 오너일가의 맏형인 최신원 SKC 회장의 ‘역할론’도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올해 3월 SKC 대표이사에서 사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SK그룹 내에서 상징하는 바가 큰 인물이다. 그가 불미스러운 가정사로 ‘오너리스크’를 일으킨 최 회장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사다.

일단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최 회장을 두둔하는 입장을 보인 상태다. 최신원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며 “너무 비난만 하지말고 포용하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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