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일간 위안부 피해자 협상 타결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여론에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청와대발로 지난 1일 국내에 소개된 새해 인사가 문제가 됐다. 한·일간 위안부 피해자 협상 타결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물론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수호해야 하는 유엔 수장으로서 “24년간 어려운 현안이 국교 정상화 50주년의 해가 가기 전에 협상이 타결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결과지만, 정작 국내 여론에선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야권에서도 발칵 뒤집혀졌다. 무엇보다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반기문 총장이 ‘친박’과 가깝다는 데 고민이 커졌다.

◇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 다섯 차례 회동

실제 반기문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이후 매년 두 차례 이상 정기적으로 독대하며 친분을 쌓아왔다.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이 불거진 지난해에는 다섯 차례에 걸쳐 만났다. 그해 5월 인천에서 개최되는 세계교육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2년 만에 방한한 반기문 총장은 관련 행사에 이어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다.

방한 당시 반기문 총장은 국회를 찾아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을 만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얼마 전 미국 공화당 리치 맥코넬 원내대표를 만나 오바마 대통령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활동해 나가는데 있어서 의회의 지지, 특히 초당적 지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반기문 총장은 ‘대망론’이 불거진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 다섯 차례에 걸쳐 만났다. <사진=뉴시스>
이후 반기문 총장은 9월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와 유엔 총회, 11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등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났다. 특히 반기문 총장은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3박4일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 7번에 걸쳐 얼굴을 맞댔다. 당초 예정에 없던 만찬까지 함께 한 반기문 총장은 우리 외교부와 유엔이 공동주최한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 참석해 “산불처럼 새마을운동이 번지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을 헤아리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인연도 있다. 연결고리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다. 고 육영수 여사의 언니 육인순 혜원학원 설립자의 딸이 한승수 전 국무총리의 부인인 셈. 반기문 총장과는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직후부터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당시 한승수 전 총리는 주미대사로 임명됐고, 반기문 총장은 주미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로 일하고 있었다. 이후 외교통상부 장관이 된 한승수 전 총리는 2001년 유엔총회 순번제 의장으로 선임되자 주미대사시절 공관에서 같이 일했던 반기문 총장을 총회의장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훗날 반기문 총장은 한승수 전 총리를 유엔기후변화특사로 발탁했다.

친박계로서도 ‘반기문 카드’는 더할 나위 없는 필승 카드다. 충북 음성 출신인 반기문 총장은 대선의 캐스트보트를 쥔 충청표와 보수 성향의 영남표까지 결집할 수 있다. 여기에 ‘안철수 현상’을 낳은 젊은 층과 중도층을 흡수하면서도 경력과 경륜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표의 확장성을 기대하게 했다.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부상한 김무성 대표도 반기문 총장 앞에서는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았다.

때문일까. 반기문 총장에 대한 친박계의 영입설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반기문 대통령-최경환 국무총리’의 이원집정부제를 띄운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은 반기문 총장을 ‘사위’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한 언론을 통해 “실질적으로 우리 사위가 될 자격이 있는가, 우리 집안에 맞는가 생각해보는” 영입 고민을 털어놨다. 하지만 외국 거주가 10년 넘고, 국내정치 경험은 전무하다는 지적에는 “좀 지나치다”며 반기문 총장을 감쌌다.

◇ 금의환향 미루고 ‘결정적 시기’ 가늠질?

일각에선 친박계의 본격적인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한 핵심 의원이 반기문 총장에게 퇴임 후 해외에 본부를 둔 국제재단을 설립해 체류하라는 내용의 제안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적 시기가 될 때까지 야권의 공세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선제조치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반기문 총장 또한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잠룡으로 분류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름이 거론된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였던 그는 손사래 대신 침묵으로 대응을 바꿨다. 본인의 성격 또한 “퇴임 후 손자나 보면서 소일할 사람이 아니다”는 게 반기문 총장을 아는 측근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관건은 방북 성과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 방문 의지를 피력해왔던 반기문 총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방북 의지를 다시 한 번 나타냈다. 그의 임기는 올해 연말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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