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타이어와 상주시의 갈등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주행시험장 건립을 둘러싼 한국타이어와 상주시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1심 판결에서 한국타이어가 일부 승소했지만, 양측 모두 항소할 뜻을 밝히며 대립각을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 기업과 지자체의 보기 힘든 극심한 갈등

지난해 12월, 서울지방법원은 한국타이어가 상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한국타이어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한국타이어가 요구한 21억7,000만원의 배상금 중 60%에 해당하는 13억원가량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상주시 뿐 아니라 한국타이어도 항소에 나설 방침이다. 상주시는 법원의 판단 자체를, 한국타이어는 배상금 규모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과 지자체 사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극심한 갈등이다. 둘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국타이어와 상주시의 갈등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양측의 관계는 원만함을 넘어 ‘동반자’였다. 한국타이어가 2,5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해 상주시에 주행시험장을 건립하기로 한 것이다. 2013년 9월 12일엔 당시 상주시장과 경북도지사, 서승화 한국타이어 대표가 참석해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이 MOU가 갈등의 씨앗이 될 거라곤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한국타이어와 상주시의 좋은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곧장 주민들의 반대가 터져 나온 것이다. 주민들은 심각한 환경오염과 소음 등을 이유로 주행시험장 건립을 반대했다. 주행시험장 건립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도 반대의 이유였다. 주민들은 주행시험장 건립으로 얻을 경제적 효과보다 환경오염 및 소음에 따른 각종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고, 격렬히 반대했다.

이때 결정적인 변수가 등장했다. 2014년 6월 제6회 전국지방선거다. 기존 시장이었던 성백영 전 상주시장과 이정백 현 상주시장이 맞붙었다. 여러 이슈와 논란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성백영 전 시장은 주행시험장을 적극 추진한 인물이었고, 이에 맞선 이정백 현 시장은 주행시험장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결과는 이정백 시장의 당선이었다.

이후 상주시에 건립될 예정이었던 한국타이어 주행시험장은 다시 흰 도화지로 돌아갔다.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단계부터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찬반주민들의 입장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더불어 주행시험장 건립을 위해 꾸려졌던 상주시의 TF팀도 해체됐다. 결국 한국타이어도 상주시를 포기하고 다른 곳을 물색하기로 결정기에 이른다.

문제는 이미 투입된 비용이었다. 한국타이어는 상주시와 MOU를 체결한 뒤 문화재 지표조사와 지적현황 측량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사업은 완전히 어그러졌고, 한국타이어는 이 비용을 상주시에게 청구했다. 이에 상주시는 법적구속력이 없는 MOU만 체결한 만큼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와 상주시가 법정까지 오게 된 내막이다.

◇ 승자가 없을 다툼, “세심한 접근 필요해”

앞서 언급한 대로 1심 재판부는 한국타이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논란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고, 상주시와 한국타이어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MOU의 법적구속력이 없음은 인정했다. 그러나 상주시가 상당한 이유 없이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중단한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되는 ‘불법’으로 간주했다. 다만, 이 사업이 주민반대 등으로 중단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점도 감안했다. 재판부가 60%의 책임을 물은 배경이다.

상주시는 법원이 MOU의 법적구속력을 인정하지 않았으면서도 배상 판결을 내린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타이어는 MOU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점과 60%에 불과한 책임 비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1심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갈등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승자가 될 수 없고, 지역주민들의 피해와 상처만 커질 것이란 우려다.

실제로 상주시 주민들은 주행시험장 건립을 놓고 찬반 양측으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결국 남은 것은 주민들 사이의 껄끄러운 감정의 골 뿐이다.

이와 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어떤 사업을 추진할 때, 신중한 판단 및 적절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사업 추진의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될 주민들의 의견도 모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MOU를 체결하는 것은 순서가 틀린 일이다. 기업과 지자체 모두 좀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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