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우석대학교 초빙교수
-민주평통 자문위원
-前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사위크] 1939년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독일보다 앞서 원자탄 개발을 성공시켜야 한다고 건의했던 알버트 아인슈타인(A.Einstein)은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발 참상을 보면서 과학자로서의 양심을 가책을 느끼고 크게 고뇌하며 후회한 나머지 “부고도 내지 말고, 장례식도 치루지 말며, 묘지나 기념비도 세우지 말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평화는 무력으로 유지될 수 없다. 오직 이해를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는 원자탄의 비인간성이 어느 정도인가를 똑똑히 목도했기 때문에 한 말이었다.

북한의 1월 6일 4차 핵실험으로 인해 국제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제제문제를 둘러싸고 강대국간 이해가 충돌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핵재무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남북간 화해와 대화라는 말은 입에 올리기도 힘들게 됐다. 오로지 대북 강경발언만이 넘치고 있다. 심지어 수십만명의 희생을 각오하고라도 북한 핵무기 시설을 폭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정말 끔찍하다.

오늘의 상황을 만든 것은 당연히 북한이다. 북한은 당장 핵전쟁을 몰고 올 수도 있는 핵개발을 중지해야 한다. 더 이상 ‘피포위의식’이나 ‘미국 북침론’에 빠져있지 말고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동북아의 세력균형상 미국이 북한을 무력으로 침범하기는 불가능하다. 만일 미국이 북침을 한다면 북한뿐만 아니라 남북한 전체가 공멸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뻔히 알면서 남한이 미국의 북침을 방치할 리가 없다. 박근혜정부도 북한이 핵을 버리고 정상적인 국가가 된다면 수백억 달러의 대북 경제지원을 하겠다고 누차 약속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냉정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북한이 핵개발 명분으로 삼고 있는 미국의 ‘대북 침략’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다. 즉,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다.

남북한 분단은 70년을 지났고 분단 고착화의 계기가 된 6.25 전쟁 이후 62년이 지났다. 이제는 분단구조를 청산할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할 때가 됐다.

정전협정 제4조 60항은 ‘정전협정 효력 발생 후 3개월 내에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협의를 건의’하고 있다. 이 조항에 의해 1954년 4월 26일부터 남한과 한국전쟁에 참전한 15개국(남아공은 불참), 북한과 중국, 소련 등 전체 19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한국문제를 토의하기 위한 제네바 정치회담이 개최됐다.

제네바 회담에서는 통일정부 구성을 위한 선거문제와 외국군대 철수문제를 둘러싸고 유엔 측과 공산진영 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선거문제와 관련해 남한은 유엔 감시 하에 인구비례에 의한 남북한의 전국적 선거를 주장했다. 반면 공산 측은 유엔이 전쟁 당사자이기 때문에 중립국 감시 위원단의 감시 하에 전 조선위원회가 관리하는 전국적 선거를 주장했다.

외국군 철수문제와 관련해서는 공산 측은 선거 이전에 모든 외국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남한과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이후 쌍방은 공방을 거듭했으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조차 진행시키지 못한 채, 6월 15일 양측 성명을 끝으로 회담은 무산되고 말았다.

회담에서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통일방안도, 외국군의 철수도, 그리고 평화체제 구축도 무위로 돌아갔다. 이후 한반도의 분단은 62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물론 이후에도 간간히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의제로 등장했으나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유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무장력을 높여가기 위해 5, 6차 핵실험을 지속할 것이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그 강도를 더해 갈 것이며 한반도의 위기 지수는 하늘을 찌를 것이다.

우리는 늘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고 강대국들은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국익을 높여갈 것이다. 강대국들은 한민족의 평화와 안위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일에만 몰두할 것이다. 이제 우리가 분연히 일어나야 한다. 우리 민족의 운명을 언제까지 다른 나라에 맡길 수는 없다.

북한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남북한이 하나가 되어 민족의 이익을 위해 공조하는 데 어느 나라가 감히 이를 침범할 것인가? 남북한이 분단되어 민족끼리 으르렁거리니까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이 나타나는 것이지 만일 하나가 된다면 감히 우리를 넘보지 못할 것이다. 남북한이 하나가 된다면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면에서 명실상부한 10대강국이 될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하루속히 남북한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북핵 폐기와 미국의 대북 ‘공격’ 공동방어를 선포해야 한다. 이것만이 한반도가 핵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한민족의 무궁한 발전을 보장하는 길이다. 다시 한 번 아인슈타인의 “평화는 무력으로 유지될 수 없다”라는 경구를 상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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