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관련 공정위 조사에서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관련 자료도 내지 않고, 제출한 일부 자료는 허위인 것으로 드러난 빈축을 사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롯데는 한국 기업입니다.”
지난해 8월 3일 신동빈(일본이름 ‘시게미쓰 아키오’) 롯데그룹 회장은 이 같이 말했다. 일본식 억양이 강한 어눌한 발음이었지만 신동빈 회장은 분명히 ‘롯데는 일본 기업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신동빈 회장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큼 분주한 대외행보를 보였다. 대국민 사과를 비롯해, 다양한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10대 그룹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냈고, 진땀을 흘리면서도 끝까지 공손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 그리고 지배구조 문제를 두고 거세진 ‘반 롯데’ 정서는 생각보다 쉽게 잠잠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밝힌 지배구조를 보면 롯데그룹은 명백한 ‘일본 기업’이나 다를 바 없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롯데는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관련 자료도 내지 않았고, 제출한 일부 자료는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그룹 측은 ‘실수’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의 추락한 신뢰는 되돌리기 힘들어 보인다.

◇ 거짓말과 꼼수, 신동빈 빛바랜 진정성

지난 1일 공정위가 발표한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롯데는 사실상 ‘일본 기업’에 가깝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롯데의 지배구조 최정점은 일본의 ‘광윤사’다. 광윤사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일가가 89.6%에 달하는 지분을 갖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는 광윤사 등을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 계열사를 장악하고 있고, 이들이 다시 국내 주요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고 있다. 실제 한국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99.3%)와 롯데물산(62%) 등의 주식 50% 이상을 일본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다.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갖고 있는 한국롯데 계열사 지분은 2.4%에 불과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은 고작 0.1%다. 롯데그룹 총수 일가는 단 2.4%의 지분을 보유하고도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활용해 계열사 전체를 쥐락펴락하며 지배하고 있던 셈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매출의 95%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해왔다. 물론 한국롯데는 국내 법에 의해 설립됐고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공정위 관할 법에 지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본 계열사 영향을 많이 받는데다, 소유는 물론 배당 등이 거의 대부분 일본으로 흘러가는 구조라는 점에서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한 신동빈 회장의 주장은 사실상 설득력을 얻기 힘들어 보인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게다가 롯데는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해외 계열사 관련 자료를 내지 않았고, 제출한 자료도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소유주가 총수 일가임에도 마치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와는 무관한 것처럼 ‘기타 주주’로 허위공시했다.

공정위는 이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허위자료 제출과 공시 위반 혐의에 대해 신격호 회장을 고발하는 등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잣대는 차치하더라도 롯데를 향한 ‘여론의 잣대’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한국기업’이라며 적극적으로 강조하던 신동빈 회장의 발언은 사실상 그 진정성이 퇴색했고,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투명경영을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홍보하던 노력은 결국 ‘거짓말과 꼼수’ 논란으로 신뢰성이 추락했다.

물론 그럼에도 신동빈 회장은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신동빈 회장 말대로 매출의 90% 이상이 국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들이 이를 믿어주느냐다. 신뢰를 잃은 신동빈 회장의 처지가 불안해 보이는 이유다.  

롯데는 공정위 발표에 대해 “고의성은 없었다”는 해명이다.

롯데는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롯데의 지배구조는 일본에서 사업에 성공한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 회사의 수익금을 조국에 투자하면서 한국 롯데를 설립하게 된 역사적인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의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회사들은 모두 한국법에 따라 설립된 한국 회사들이고, 한국에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롯데 계열사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이 일부 미진했던 부분은 한일롯데 경영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 고의성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롯데는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호텔롯데 상장은 경영투명성 확보 차원뿐 아니라 일본롯데 계열사들의 한국롯데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의미가 있다. 롯데는 앞으로도 내외부 전문가와 함께 순환출자 고리 완전 해소와 지주회사 전환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롯데는 이번 공정위의 해외계열사 조사에 성실히 임했으며, 앞으로도 추가자료 제출 등 조사에 최대한 협조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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