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1일 창설 47주년을 맞는 통일부는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후속조치 마련에 급급한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가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입주기업이 받게 될 불의의 피해를 비롯해 여러 가지 어려움도 예상했지만 개성공단의 정상 운영은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우리측 인원의 신변 안전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측이 개성공단을 폐쇄했던 2013년도 벌어진 억류사태가 일례로 제시됐고,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내려진 5·24조치와 비슷한 사례로 설명됐다. 12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홍용표 장관의 개성공단 폐쇄 관련 브리핑은 북한의 ‘돈줄’ 차단보다는 우리 국민의 ‘안위’에 방점을 찍었다.

◇ 군 출신 강경파 부침에 진땀, 떨어진 위상 회복 숙제 여전

하지만 정부를 향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 근로자들의 불신은 팽배하다. 개성공단 내 입주기업 124개는 물론 이들의 협력업체 5000여곳도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의 실업 사태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에 대해 홍용표 장관은 “정부합동대책반을 중심으로 범정부적 차원에서 충분하고 신속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얼마나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은 피해보상이 미흡하다고 판단할 경우 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다. 내달 1일 창설 47주년을 맞는 통일부의 현 모습은 암담하기만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통일대박론’도 사실상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달라진 의중은 지난달 22일 실시된 올해 외교안보 분야 업무보고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 이후 실시된 탓이기도 하지만, 북핵 해결이 화두로 떠올랐고 통일 정책은 후순위로 밀렸다.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가 공동으로 업무보고를 실시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통일 시대를 열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해온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대북 정책의 원칙과 일관성을 반드시 지키라”고 당부했다.

▲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시대를 열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해온 것과 달리 올해 외교안보 분야 업무보고에서 “대북 정책의 원칙과 일관성을 반드시 지키라”고 당부했다. <사진=뉴시스>
결국 현정부 대북 정책의 원칙과 일관성은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이어졌다. 남북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통일부의 기능과 역할이 중요해졌으나, 그 수행 가능성에 대해선 미지수다. 통일부의 떨어진 위상이 위기 대처 능력에서도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실제 통일부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 실현을 위해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하면서부터 통일부의 위상은 더욱 흔들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위원장직을 직접 맡은 데다 위원회 업무를 뒷받침할 사무처까지 마련되자 일각에선 ‘통일부가 통준위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물론 홍용표 장관 취임 이후 통일부는 위상 회복 수순을 밟고 있는 모양새다. 취임 당시만 해도 실무경력이 적은 학자 출신의 발탁이라는 평가가 많았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북측에서도 통일부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2014년 2월 남북 당국 간 고위급 접촉 당시 북측이 우리측 수석대표로 청와대를 직접 지명하면서 통일부가 배제된 것과 달리 이듬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 및 회담에선 통일부가 우리측 수석대표로 나섰다.

하지만 통일부가 소외됐다는 평가는 여전하다. 현정권 출범 초기부터 군 출신의 강경파가 외교안보 라인을 장악하면서 남북 관계의 긴장감은 계속돼 왔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8명 가운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장관,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등이 군 출신이다. 갓 51세의 홍용표 장관이 목소리를 내기에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앞서 통일부는 올해 정책추진 방향에 대해 ‘올바른 남북관계 정립과 실질적 통일준비’를 목표로 ▲굳건한 안보와 강력한 제재 ▲북한의 비핵화 압박 ▲원칙 있는 대화 통한 북한의 변화 견인 ▲국민과 국제사회 지지에 바탕한 통일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다시 강경 모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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