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연설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완전고립을 위한 추가제재를 예고하는 등 강경노선을 천명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정부 이래 이어진 대북 햇볕정책 노선에 종언을 고했다. 16일 국가안보 위기상황을 타개하고자 국회 연설대에 선 박근혜 대통령은 “기존의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대통령이 현안문제로 국회연설에 나선 것이 11년 만의 일이라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가볍지 않다.

다소 굳은 표정으로 연설대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은 먼저 북한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정부의 노력을 설명했다. 북한주민들을 위한 보건의료 사업, 병충해 방제사업, 개성만월대 공동발굴사업, 경원선 복원사업 등이 그것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정부차원의 대북지원액은 22억 달러가 넘고, 민간 지원까지 더하면 총 30억 달러가 넘는다는 게 박 대통령의 설명이다.

◇ “기존의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핵 못 막아”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 같은 인도적 지원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냉정히 평가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등 대남도발뿐만 아니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정부의 노력과 지원에 대해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대답해 왔고, 이제 수소폭탄 실험까지 공언하며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다”며 “기존의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정권의 핵개발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고, 핵 능력만 고도화시켜서 한반도에 파국을 초래하게 될 것이 명백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북한의 기만과 위협에 끌려 다닐 수는 없으며, 과거처럼 북한의 도발에 굴복하여 퍼주기식 지원을 하는 일도 더 이상 해서는 안될 일”이라며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근본적 해답을 찾아야 하며 이를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주지시켰다.

대통령의 이 같은 선언은 대북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대중 정부 이후 남북관계에 따라 부침은 있었지만, 기본 패러다임은 ‘햇볕정책’이었다. 인도적 지원과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체제를 변화시키고 평화통일까지 이어지는 구상이다. 긴장관계를 유지했던 이명박 정부에서 조차 인도적 지원을 끊지 않고 개성공단을 유지했던 이유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북한 ‘완전고립’ 방침을 예고하면서 대북정책에 전면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에 여야 의원들이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모두 박수갈채를 보내느 반면, 야당의원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성공단 사업의 전면중단도 이 같은 맥락에서 추진됐다. 전면중단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대체할 부지를 입주기업에 지원하고 필요한 자금과 인력확보로 투자를 보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반면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었다는 점에서, 남북경협의 상징이자 교류의 마지막 문은 완전히 닫힌 셈이다.

◇ 개성공단 중단 이어 북한 완전고립 노선 천명, 여야 반응 극과 극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통해)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북한으로의 현금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제재수단을 강구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모든 수단을 당사자인 우리가 취해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북한이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며 추가 제재를 예고하기도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이 직접 국회연설을 통해 국민적 불안을 잠재우고 국론통합에 모범을 보였다는 평가를 보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북한의 도발로인한 위기의 엄중함을 방치할 수 없었던 대통령의 적극적 행보였다”며 “대통령의 메시지는 무척이나 무거웠고 간결했으며 단호했다. 북한을 향해 우리 정부의 결연한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고 추켜세웠다.

이에 반대 더불어민주당은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대북 강경노선이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감정에 의해서는 안 된다는 것. 김성수 대변인은 “더 이상 북한의 기만과 위협에 끌려 다닐 수는 없다는 대통령의 말은 정부의 대북정책이 냉정한 전략적 판단에 기초하지 않고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역시 “대통령이 원론적인 입장만 나열했을 뿐 미온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와 어떻게 연대를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며 “오늘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의혹만 가중시키고 국민을 더 혼란스럽게 한 연설”이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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