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열린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공청회.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미래창조과학부의 마지막 공청회가 24일 종료됐지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SK텔레콤의 비전은 여전히 불확실했고, 공방이 오가는 내용들은 기존 주장들의 재반복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패널 및 참관석에선 미래부와 SK텔레콤에게 인수합병과 관련된 자료 공개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오후2시 서울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열린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공청회에는 취재진들만 100명 이상, 총 300-400명의 참관인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미래부 주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주관하는 만큼 이번 인수합병 건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이라도 나오지 않겠냐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인수합병에 찬성이나 반대하는 목소리 모두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 하는 모양새를 펼쳤다.

우선 인수·합병을 찬성하는 측은 포화된 방송통신시장의 탈피, 플랫폼 산업 발전, 소비자 편익 증대 등의 주장을 반복했다.

이상헌 SK텔레콤 CR실장은 “(인수합병에 반대 측은) 고착화, 붕괴라 말하지만 가상의 시나리오에 대한 주장만 되풀이한다”며 “지금 이통시장은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고, 우리도 가입자와 매출이 줄고 있다. 축소되는 시장에서 지배력 전이를 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합상품 가입자 증가를 문제삼지만 모든 사업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오히려 KT가 제일 높다”며 “지금은 모두가 빠른 속도로 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탁용석 CJ헬로비전 상무도 “지금 반대하시는 분들은 케이블TV 가입자가 이탈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현실을 방치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아무것도 하지말자는 말씀 말고 공생방안을 제안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우리나라 유료방송시장의 가격은 미국의 10분의 1로 믿기 힘들 정도로 낮다”며 “가격인상이 불가능한 구조인데, 이런 경쟁은 지양하겠다. 오히려 업계에 수신료 정상화를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반대하는 측은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지배력이 결합판매를 통해 방송시장까지 전이되면서 시장경쟁 실종 및 소비자 후생 후퇴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희수 KT 상무는 “상생이라 하지만 인수합병은 경쟁사를 소멸시키는 행위”라며 “투자와 경쟁을 치열하게 해 살아남겠다는 게 아니라 손쉽게 M&A를 통해 가입자기반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의 고착화가 15년간 지속되고 있다”며 “합병을 승인한다면 통신정책을 완전히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도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50%지만 영업이익 점유율은 80%”라며 “알뜰폰 사업을 봐도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했는데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면 사업자를 줄이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어떤 식으로 포장해도 경쟁은 약화되고 지배력은 늘어난다”며 “통신산업 위기로 경쟁논리가 매몰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만 하지 말고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입증해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동 방송협회 연구위원은 “SK텔레콤은 과거 가격경쟁을 하면서 과징금도 수차례 받았다”며 “이렇게 잘 해왔다고 말하지 못하면서 잘 하겠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수합병이 되면 단계적으로 일어날 연쇄적 우려사항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만 말하면서 회피하지 말고 주체인 SK텔레콤이 의혹에 대해 계속 설득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일각에선 인수합병과 관련해 자료 및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은 “공청회와 관련해 이동통신·유료방송·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 등 각종 데이터가 왜 공개되질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보다 두루뭉술하게 가려는 흐름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청회에 참관한 한 관계자도 “콘텐츠 산업 융성을 이끌겠다고 하는데 SK텔레콤의 얘기야 말로 실체 없는 가상의 시나리오”라며 “SK텔레콤이 뭘 하겠다는지 모른 채 공청회 중인데, SK텔레콤이 미래부에 제출한 서류들을 공개해야 한다. 해외도 공익성을 실천하려는 자가 입증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이 되고자 한다면 글로벌 기준에 따를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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