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대표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경제이슈 몰이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양극화로 인한 청년문제가 심각한 만큼, 공정경쟁이라는 구호에서 나아가 보다 구체적인 공약 만들기에 부심하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인사들 가운데, 유독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인사가 한 명 있습니다. 더민주 총선공약단에 합류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입니다.

이른바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2013년 말 한화증권 사장으로 취임해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감행한 사람입니다. 더민주가 새누리당의 노동개혁과 임금피크제에 강하게 반대해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영입으로 판단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주 전 대표의 이력도 화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포털사이트에 언급되는 것만 소개해보면,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존스홉킨스대학원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경력사항에는 주요 대기업의 핵심조직인 ‘전략파트’에 몸담았습니다. 세계은행 컨설턴트를 시작으로 삼성생명, 삼성증권, 우리금융지주 등에서 전략기획을 맡았고,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까지 올렸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금수저’로 볼 수 있고, 피상적으로는 새누리당의 이미지와 더 어울려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는 왜 새누리당이 아니라 더민주를 선택했을까요.

새누리당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게 그의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종인 박사를 돕기 위해서”라고도 말했습니다. ‘경제민주화’에 깊은 연구를 하고 정치를 통해 현실과 접목하려는 김종인 대표라면, 함께 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저 좋은 슬로건에 그치는 공약(空約)이 아닌 진짜 당의 공약(公約)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도 곳곳에서 엿보입니다.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에서 두어 달간 일했던 과거에 대해 그는 이렇게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 김종인 대표를 따라 더민주 총선공약단에 합류한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이사의 행보가 주목된다. '구조조정' 전문가인 그는 한국기업의 불합리한 착취구조에서 청년문제의 한 원인을 찾고 있다.
“(민주통합당에서) 경제민주화 특위라는 걸 만들었을 때 특위위원장을 했던 사람이 유종일 교수다. 친구이기도 하고 부탁을 해서 어색하긴 했지만 수락했다. 그러나 막상 가봤더니 경제민주화 얘기만 하지 개발하는데 주요 정치인들이 참여해 토론하고 만들어내는 일은 안하고 이름만 걸어놓더라. 그런 면에서 진정성이 없었다.”

아마 유권자들이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선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실제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에서는 잘 포장된 구호를 내걸고, 시혜적인 공약들을 남발합니다. 주 전 대표가 꼬집은 것처럼, 타이틀 하나를 달기 위해 한 다리씩 걸치는 정치인들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슬로건만 난무하는 속빈 강정과 같은 정치권에 그가 선보일 공약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일례로 카드수수료율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기대를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행 카드수수료율은 정률에 의해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100만원을 결재할 때와 1,000만원을 결재할 때 수수료가 다르게 부과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고객이 100만원을 결재하나 1억을 결재하나 카드가맹점이나 카드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사실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카드수수료율에 신음하는 중소 자영업자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단순 수수료율을 줄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정액비중을 늘리고 정률비율을 크게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기대되는 대목은 그가 청년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가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에 남긴 글에는 대한민국의 불합리한 구조나 청년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중 많은 청년들의 공감을 받은 대목 중 하나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업무 논의를 위해 부장들을 오라고 하면 부르지도 않은 차장급 직원을 꼭 대동하고 왔다. 업무를 물어보면 대답을 못하고 딴 곳을 쳐다본다. 자꾸 물으면 드디어 대동한 직원이 대답하기 시작한다. 묻기는 부장에게 물었는데 왜 당신이 대신 대답하느냐고 하면 분위기가 썰렁해진다. 은행은 과장에서 차장으로만 승진해도 업무를 직접 하지 않는다. 부장이면 자기 담당 업무의 내용을 잘 모른다. 창구에서도 옛날에는 뒤에서 신문 보다가 결제 사인 하던 과차장들이 요즘은 바로 옆자리에 앉아 웹서핑하다가 결재가 뜨면 마우스 클릭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자, 이게 한국이다.”

자신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화를 통해 주 전 대표는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정확하게 꼬집고 있습니다. 위계질서를 지나치게 남용하고 군대 내무반 문화가 사회를 휘잡아 하위계층을 착취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동일직장내 청년층 대비 장년층의 임금 비율은 너무 차이가 크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근로시간은 OECD 국가 1위지만, 생산성은 하위권을 멤도는 이유도 이러한 구조에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그는 ‘직장민주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민주화는 정치권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진정한 개선은 사회 전반의 분권화, 투명화를 통해 더 많은 민주주의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개별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더 많은 민주화, 직장에서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지금 50대가 이것을 인식하고 직장에서의 자기 지위를 이용하여 직장 민주화에 좀더 의식적인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20대는 이론을 배울 때다. 30대는 현장 실습을 통해 이론 적용을 배울 때다. 40대는 그 이론과 실습 경험을 결합해 본격적으로 일을 할 때다. 50대는 이런 경험을 살려 조직과 후배들을 길러 줄 때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과 차기 대선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의제로 ‘청년문제’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실제 양극화, 저출산, 장기 저성장, 전세난, 실업난 등 최근 불거지는 사회문제는 모두 청년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금수저와 흙수저’, ‘헬조선’, ‘노오력’ 등 SNS에 유행하는 말들은 이들의 절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주 전 대표의 직장민주화는 매일을 전쟁 속에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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