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종희 새누리당 제2사무부총장이 오는 20대 총선에서 경기도의 ‘정치 1번지’ 수원시갑 선거구에서 박빙의 승부를 예고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수원|소미연 기자]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경기도의 ‘정치 1번지’ 수원시갑(장안구) 선거구에서 맞붙게 된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종희 새누리당 제2사무부총장은 과거 ‘손학규맨’으로 통했다.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은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다. 당 소속 경기도의회 의원을 지낸 이찬열 의원은 동반탈당을 택한 반면 손학규 전 지사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종희 부총장은 잔류를 택했다. 이후 이찬열 의원은 변함없이 손학규맨으로 불렸고, 박종희 부총장은 친박계로 자리 잡았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셈이다. 수원갑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20대 총선에서 3선에 도전한다. 모토로 세운 ‘일꾼론’도 같다. 하지만 판세 분석은 달랐다.

◇ 박종희 공백기 동안 텃밭 달라졌나

수원갑은 지난 16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여야가 번갈아가며 금배지를 주고받은 곳이다. 때문에 전통적으로 여당색이 짙은 것과 달리 여야의 선거 구도와 바람에 따라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됐다.

▲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12일 수원갑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정직한 노력보다 더 큰 능력은 없다는 신념으로 지난 6년 동안 의정활동을 펼쳤다”면서 “주민과 소통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일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사진=이찬열 의원 블로그>
하지만 박종희 부총장 측의 해석은 달랐다. 선거에 가장 영향을 미쳤던 것은 다름 아닌 ‘박종희’였다는 것. 박종희 부총장의 부재에 따른 선거 패배였을 뿐 “그가 지역을 지켰을 때에는 선거에서 패배한 일이 없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16대 대선과 17대 총선에서 각각 ‘노무현 바람’과 ‘탄핵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박종희 부총장이 16대 총선에서 당선된 2000년부터 공직선거법(사전선거운동)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면직된 2009년까지 치러진 주요 선거에서 5승2패의 성적표를 받았다.

박종희 부총장이 떠난 이후 실시된 2009년 10월 재보궐선거부터 2014년 6월 지방선거까지 치러진 5번의 선거는 모두 완패했다. 이를 근거로 측근들은 수원갑의 선거를 ‘박종희 대 비(非)박종희’의 구도로 설명했다. 이는 곧 박종희 부총장에 대한 지역 내 ‘향수’로 해석됐다. 한 측근은 지난 12일 선거 캠프에서 기자와 만나 “지난해 1월 현역을 꺾고 당협위원장으로 복귀했을 때 환영의 목소리가 컸다”면서 “당협위원장 경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지역민들의 지지가 사실상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면죄부를 받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박종희 부총장이 자리를 비운 6년여 동안 지역 사정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간 신규 유입 인구의 성향이 야권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것. 이찬열 의원 측이 “이미 텃밭은 달라졌다”고 주장하는 이유기도 하다. 실제 수원갑은 꾸준한 개발로 지역 내 신축 아파트가 대거 들어섰다. 파장동과 정자동에 새로 유입된 9000세대 또한 야권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캠프 측은 분석했다.

무엇보다 이찬열 의원 측은 지난 6년여 동안의 의정활동 평가에 자신이 있었다. 지역의 최대 현안이었던 ▲인덕원~수원 복선전철 사업 및 장안구청역·북수원역(가칭) 유치 확정 ▲성균관대역사 리모델링(2018년 5월  준공 예정) ▲수원발 KTX 추진(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이뤄냈다는 자부심에서다. 이외에도 ▲수원~인천 복선전철(1467억원) ▲수원역 환승센터 건립(22억원) ▲수원~구로 광역 BRT(13억원) ▲황구지천 하천환경 조성(32억원) ▲세계문화유산정비사업(80억원) 등의 예산을 확보하며 안전·교육특구를 위해 힘써왔다.

◇ ‘수원~인덕원 복선전철’ 누가 살렸나

이찬열 의원과 박종희 부총장의 신경전은 ‘인덕원~수원 복선전철’ 사업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된다. 해당 사업은 2004년 당시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차 수도권 광역교통 5개년 계획’에 따라 인덕원~병점간 철도건설 사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2007년 3월 ​KDI가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사업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돼 사업이 중단됐다. 문제는 이후다. 사업의 불씨를 되살린 ‘주역’과 사업의 현 시점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다르다.

▲ 박종희 새누리당 제2사무부총장은 지난달 2일 수원갑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년여 간 장안을 위해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에 눈물을 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진=박종희 부총장 블로그>
박종희 부총장에 따르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설득해 동탄까지 노선을 연장하는 사업을 대선 공약에 채택되도록 힘썼다. 이에 따라 ‘건교부의 대도시권 광역교통계획’의 추가 검토사업으로 선정돼 이듬해 10억원의 타당성 용역비를 확보했다. 하지만 2009년 9월 면직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이후 사업은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지난해 겨우 기본계획이 수립됐다는 게 박종희 부총장의 설명이다. 사실상 지역구 현역인 이찬열 의원의 늑장을 지적한 셈이다.

이찬열 의원은 즉각 반박했다. 측근은 지난 12일 선거 캠프에서 기자와 만나 “박종희 부총장의 주장과 달리 사업은 이미 2007년 7월3일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에서 경제성 없음으로 판명 받고 끝난 사업이었다”면서 “끝난 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기본계획까지 수립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찬열 의원은 2009년 10월 국회에 입성한 이후 ‘사통팔달 장안건설 정책 토론회’를 시작으로 사업 재추진을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국토해양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면담을 요청한 뒤 사업의 필요성과 추진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2011년 11월 2차 예비타당성 조사를 벌였고, 이를 바탕으로 2012년 3월 기본계획수립에 착수했다. 경제성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2014년 11월 다시 3차 타당성 조사를 진행했고, 그해 12월30일 기본계획수립사업을 재개했다. 이제 남은 일은 차질 없이 완공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양측의 주장은 다시 한 번 엇갈린다. 박종희 부총장 측은 “야당 의원으로선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해당 사업은 기술력이 아닌 정치력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여당 중진의 힘이 필요하다”면서 “약 3조원이 투입될 사업이다.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해 예산을 확보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필요하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탁해서라도 사업 추진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게 박종희 부총장의 각오다.

이찬열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측근은 “전체설계는 아직 작업 중이지만, 2016년 기본설계 및 선공사예산으로 163억원을 확보해 관련 공사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사실상 사업의 첫 삽을 뜨는 것과 같다”면서 “여당 재선 의원이 못해낸 사업을 야당 재선 의원이 재추진해 마침표를 찍었다는 데 이미 정치력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다. 3선에 도전하는 이찬열 의원은 상임위원장직 가운데 국토교통위원장을 일찌감치 점찍었다. 국토교통위원장은 야당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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