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 박병모:현 광주뉴스통 발행인, 전 광주 FC 단장,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시사위크] 413일 치러지는 총선의 관전 포인트는 호남민심의 향배에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과거의 일당 독주 체제가 종지부를 찍고, 처음으로 양당의 경쟁구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후보등록이 끝나기가 무섭게 야권의 텃밭인 호남 표심을 선점하기 위해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정면으로 충돌한 게 이를 반증하고 있다.

포문을 먼저 연 쪽은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였다. 지난 26일부터 12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야당의 텃밭을 빼앗아간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를 따라 더민주를 탈당한 현역의원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특정인 욕망을 채우는 당이고 광주정신에 맞지 않는 분열세력이라고 몰아세웠다.

함께 동행한 광산을의 이용섭 전 의원도 지원 사격에 나선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으로 공천 받은 현역의원들은 광주경제를 외면한 무능한 정치인이기에 심판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마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윤장현 광주시장을 짬짜미로 전략 공천함으로써 자신을 떨어뜨린 5명의 현역, 다시 말해 신오적들을 작심한 듯 겨냥했다.

이에 뒤질세라 국민의당도 '패거리 정당'이라고 더민주와 각을 세웠다. 전두환 정권에 부역한 김 대표의 국보위 전력을 비난했다. “광주 민주화정신을 유린한 사람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그러면서 비례대표를 5번이나 하는 김 대표가 안 대표보다 욕망이 더 큰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양당의 아전인수식 비판을 바라보면서 흠이 잡힐 만큼 엉뚱한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 모처럼 호남을 위해 경쟁구도를 만들겠다는 양당의 의지가 어찌 보면 혼미 속으로 빠져든 호남정치를 일깨워 준 계기가 됐다. 묘한 여운도 남겼다.

기실 호남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특히 국민의당 공천과정을 지켜보면서 더욱 그랬다. 광주에서 첫 도입한 숙의배심원제가 참신한 인물의 등용문보다는 물갈이 여론이 높았던 현역의원들에게 되레 면죄부를 준 이른바 꼴값 떤 경선제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특정 선거구는 누가 봐도 함량과 자질이 부족한 정치신인이 뽑혔기에 그러하다.

이번에 공천을 받은 3선 이상의 중견 정치인들이 또다시 당선된다 하더라도 그동안 해온 정치행태를 감안할 때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해먹은 것 외에는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부여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호남지역 유권자들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더민주를 찍자니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홀대가 싫었고, 그렇다고 국보위 전력의 김종인 대표에게 드러내놓고 얘기는 하지 않지만 썩 호감이 가질 않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밑바닥 정서에 흐르고 있는 국민의당을 드러내 놓고 밀자니 미덥지 않은 게 사실이다. 호남정치 복원을 위한 콘텐츠나 미래 비전, 그리고 이슈선점에 있어 더민주에 밀리고 있다는 데서다.

그 이유를 꼽으라면 안 대표의 리더십 부재에 있다. 쉽게 얘기하면 안 대표는 호남을 결속시키지 못했다. 그 바람에 수도권 단일화나 연대 등에 적극 대처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천정배와 김한길 등 당 지도부의 내홍만 속살처럼 드러내고 말았다. 호남정치가 혼미 속으로 빠져 들고,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 구도를 헷갈리게 만들게 한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선거구도를 정당과 인물로 구분해서 살펴보면 쉽사리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정당구도로 갈 경우, 국민의당과 더민주가 국회의원 원내의석을 어느 정도까지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정치권의 한 전문가는 이렇게 진단한다. 국민의당의 태동 계기가 더민주의 친노세력과 문 전 대표의 호남홀대가 단초가 된 만큼 밑바닥 표심에는 국민의당에 대한 선호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20석 확보가 중요하다는 게 호남유권자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국민의당이 호남결속을 다져놓지 못하는 바람에 호남민심이 수도권으로 북상하기 보다는 되레 수도권의 더민주 바람에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우려한다.

이처럼 찬반양론이 가열된 만큼 국민의당의 원내의석 확보에 대한 논란도 분분하다. 현재 판세로 볼 때 광주· 전남· 전북 전체 28석에서 반타작인 14석 내지 16석까지도 건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광주의 경우, 8석 가운데 4석 가량을 국민의당이 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당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되는 비례대표를 합쳐 원내교섭단체를 간신히 구성할 수 있어 제3당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둘째로 이번 총선이 인물구도로 갈 경우 정치신인끼리 맞붙은 선거구와 현역의원들이 출마한 지역의 당락도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 천정배 대표가 출마하는 서구을이 초미의 관심사다.

천 대표와 함께 국민의당 경선에 참여했다가 경선룰이 잘못됐다며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하중 후보 때문이다. 그는 출마의 변으로 천정배를 잡기위해 출마한다고 내세울 만큼, 천 대표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다. 아직은 지지율이 낮지만 광주여상고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상무를 지낸 양향자 후보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서구 갑은 삶의 궤적이 서로 다른 후보끼리 맞붙으면서 박빙승부가 예상된다. 전남대 출신으로 80년대 전대협의장을 지낸 학생운동권의 대부인 송갑석 후보와 향리판사를 지내다 이번에 정치권으로 옮겨 탄 송기석 후보가 승부를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은 살아온 인생역정이 서로 달라 표도 확연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역끼리 겨루게 될 광산을 선거구는 지지율면에서 이용섭 전 의원이 다소 앞서지만 최근들어 권은희 의원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 전 의원의 경우 1980년대 전두환 정권하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데다 국회의원에 당선될 경우 또 다시 광주시장에 재도전할 거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표심이 갈라지고 있다. 반면 권 의원의 경우 경찰 수사과장으로 재직 시 국정원 댓글의 진실밝히는 등 자기 신념을 관철하던 정치인으로 부상하면서 이 의원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 수감된 후 옥중출마를 선언한 강운태 전 광주시장이 출마한 동남갑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국민의당에서는 장병완 의원이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출마했고, 더민주에서는 청와대 보좌관을 지낸 최진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무엇보다 최진 후보는 정치신인답지 않게 내공이 강한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광주만 놓고 볼 때 호남민심의 향배를 섣불리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호남민심 향배가 어디로 흘러갈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총선 이후 헤쳐모여식 정계개편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결국 호남민심의 향배는 호남정치복원을 위해 노둣돌이 되는 정당이나 인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대권후보 리더보드 16강에 오를 재목은 아직 없다. 그렇다하더라도 호남에 의한, 호남을 위한 정체성과 소신 있는 정치인이 당선될 수 있도록 호남유권자들은 표심을 어루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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