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 이형운 발행인
[시사위크=이형운 발행인] 20대 총선이 끝났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여소야대의 결과를 낳았다. 새누리당 122, 더불어민주당 123, 국민의당 38, 정의당 6, 무소속 11.

4·13 총선 결과는 힘의 균형이다.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의석 배분이 이번 총선 결과의 백미다. 20대 국회는 대화와 타협없이 어느 한 정당이 일방적으로 의회를 끌고 갈 수 없게 됐다.
 
이와 함께 지역구도 타파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도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이다. 영남권은 새누리당이, 호남권은 더민주 혹은 국민의당이 싹쓸이하는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영남권의 변화가 눈에 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권에서 더민주 후보들이 9명이나 당선됐다.
 
대구에서는 김부겸(대구 수성갑) 더민주 후보가 당선됐다. 3번의 도전 끝에 얻어낸 값진 승리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나 다름없는 대구에서 당선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부산에서는 18개 지역구 중 5개 지역구에서 더민주 후보가 당선됐다. 김영춘(부산 진구갑), 박재호(부산 남구을), 전재수(부산 북구강서구갑), 최인호(부산 사하구갑), 김해영(부산 연제구) 후보가 그 주인공들이다.
 
경남에서도 3명의 더민주 후보가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민홍철(경남 김해시갑), 김경수(경남 김해시을), 서형수(경남 양산시을) 후보가 지역구도를 깨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
 
호남권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야당 일색의 당선지역이었던 곳이 점차 문호를 개방하며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정현(전남 순천시), 정운천(전북 전주시을) 후보가 새누리당 깃발을 꽂고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국민의당 바람이 거세게 몰아친 호남에서 새누리당 깃발을 꽂은 것은 분명 변화의 바람이다.
 
우리 정치권은 그동안 지역구도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었다. ‘김대중·김영삼·김종필등 세 사람으로 대변되는 ‘3김시대의 유산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을 기반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영남을 기반으로, 김종필 씨는 충청도를 기반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져왔다. 또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중·대선거구제가 아닌 소선거구제를 선택한 것도 지역구도를 견고히 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3김시대의 유산이나 다름없는 지역구도가 그들의 정계은퇴와 함께 서서히 종말을 고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정치가 3김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정치는 3김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물론 20대 총선 유세과정에서 여전히 3김을 들먹이며 표를 구걸하는 후보자도 있었지만, 그것은 유권자들을 결코 설득하지 못했다.
 
3김 중 유일하게 김종필 씨가 생존해 있고,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은 고인이 됐다. 3김에 의해 완성됐던 지역구도의 유산을 이제 완전히 정리할 시기가 된 셈이다.
 
20대 총선을 계기로 지역구도 타파의 첫발을 내디디게 됐다. 영남권과 호남권에서 그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에서는 지역구도농도는 더욱 옅어질 것이고, 22대 총선을 계기로 더 이상 한국정치에 지역구도라는 말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역이 아닌 인물이 후보선택의 잣대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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