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와 SK하이닉스는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인 ‘벧엘선교재단’ 측에 수천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이를 단독보도한 JTBC 방송화면 캡처>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확인해 줄 수 없다.”

어버이연합에 ‘수상한 돈’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진 CJ와 SK하이닉스 측의 답변이다. 해명은커녕,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두 회사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로 더 이상의 질문을 차단했다.

CJ와 SK하이닉스는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인 ‘벧엘선교재단’ 측에 수천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드러나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JTBC ‘뉴스룸’은 27일자 보도를 통해 “전경련이 5억2,300만원을 입금한 어버이연합 차명계좌인 ‘벧엘선교재단’의 입출금 내역을 보면 2013년 8월 6일 CJ주식회사 명의로 1,000만 원, 2014년 4월 22일에는 SK하이닉스 명의로 5,000만원이 입금됐다”고 보도했다.

최대 관심사는 이같은 돈을 입금한 ‘이유’다. 공교롭게도 이들 회사가 어버이연합 차명계좌에 돈을 송금한 시기는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모두 구속수감된 상태였다. 어버이연합 차명계좌에 보낸 돈을 단순히 사회공헌 차원의 기부금이나 사회단체에 대한 순수한 행사 협찬금 정도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지만 CJ와 SK하이닉스 측은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사실관계 여부는 물론, 입금 배경, 벧엘선교재단을 알게 된 경위 등 모든 것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은, ‘내용을 알고는 있으나 말해줄 수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뭔가 당당하지 못할 때 ‘회피용’으로 자주 쓰이는 단골멘트다.

물론 회사 입장에선 공식적인 입장발표나 해명 등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그래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이 같은 답변은 상당히 무책임하다. 현재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관제데모’ 의혹을 받고 있는 어버이연합의 실체와 배후에 대해 밝히라며 공분을 드러내는 등 사회적으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어버이연합은 CJ와 SK하이닉스에서 받은 돈으로 불법 폭력시위로 부과받은 벌금을 내고, 자체 운영비에 사용한 지출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를 돌려 말하면 CJ와 SK하이닉스가 어버이연합의 운영비를 지원한 셈이 된다. 실제 JTBC 보도에 따르면 SK그룹 관계자는 차명계좌의 실 주인이 어버이연합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입금했다고 밝혔다. 도덕적인 문제는 물론 법적인 책임까지 거론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기껏 회사 측 해명이 “확인해 줄 수 없다”라는 것은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회사 측의 이런 답변은 ‘사태를 좀 더 지켜본 후에 뭔가를 결정하겠다’는 의지다. 여전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들 회사의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에 담긴 꼼수는 꽤나 불편하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어버이연합 문제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시민단체에선 국정조사까지 촉구하고 있다. 법무부는 법과 규정에 따라 수사한다는 입장이다.

과연 수사 과정에서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 지, 이들이 세우고 있는 ‘전략’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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