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검찰이 롯데그룹 본사 및 신동빈 회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회장 등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수상한 자금흐름을 포착, 10일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수사경과에 따라 향후 정관계 로비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정치권도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그룹 본사와 신동빈 회장의 자택,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17곳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사와 수사관 등 200여명 이상이 투입된 이번 압수수색에는 오너 일가뿐만 아니라 본사 및 계열사 핵심임원과 그 자택까지 대상에 포함됐다.

◇ 43조⇒83조 매출 껑충, 이명박-신격호 ‘특혜’ 있었나

신 회장 등 롯데그룹 인사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배임 및 횡령, 비자금 조성이다. 검찰은 롯데계열사 간 수상한 자금흐름, 롯데와 하청업체 사이 이면거래 등을 중점수사대상에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롯데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 사실이라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에서 제2롯데월드 인허가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롯데그룹의 매출추이를 보면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크게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롯데그룹과 이명박 정권의 정경유착 의혹이다.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권시절 숙원사업이었던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받는 등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롯데마트와 하이마트를 필두로 골목상권 침탈이 이뤄진 시기도 이명박 정부시절이다. 2008년 43조 수준이었던 롯데그룹 매출은 이명박 정권 내내 큰 폭의 성장을 하더니, 2013년 83조를 찍었다. 무려 100% 넘는 매출성장을 이룬 셈이다. 정권의 비호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찰의 롯데그룹 비위 수사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사태가 계기가 됐다. 무려 416개의 계열사를 이용한 롯데그룹 순환출자고리가 물위로 드러나면서 검찰수사에 탄력을 받았다는 것.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수사를 준비해왔던 검찰은 롯데그룹의 조직적 증거인멸 제보를 받고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는 후문이다.

◇ 검찰의 전방위적 기업사정 왜?

롯데그룹 외에도 검찰이 최근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사태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인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남상태 전 사장의 배임 및 분식회계 의혹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 압수수색에 나선 수사단은, 9일 남 전 사장의 측근 3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남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인사들과 친분이 있고,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등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올라, 2012년까지 연임에 성공한 이면에는 이 같은 친분이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8일 신기옥 아주산업 회장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구택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연루된 채권 300억원을 받아주겠다고 중견기업인을 속이고 돈을 가로챘다는 혐의다. 신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손위 동서로 이명박 정부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밖에 이 전 대통령의 사돈가인 효성그룹 ‘형제의 난’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공교롭다. 검찰의 칼끝이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검찰의 전방위적 사정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집권 하반기에 들어선 박근혜 정부가 전직 대통령의 비리를 수사해 공직사회 및 정치권 기강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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