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 사진)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다툼이 재연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롯데가(家) 형제의 경영권 다툼이 ‘3라운드’에 돌입했다. ‘경영권 다툼’에서 밀려났던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롯데의 ‘검찰 수사 악재’를 틈타 ‘신동빈 체제’에 반격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 ‘검찰 수사’ 악재 틈타 경영권 확보’ 나서

재계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달 말 열리는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 현 이사진에 대한 해임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또 자신의 이사 선임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동생인 신 회장과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다. 그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으로, ‘일본 롯데’를 이끌다가 지난해 1월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에서 전격 해임됐다. 이후 고령의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체제 전복’을 노렸지만, 작년 8월과 올해 3월 진행된 일본롯데홀딩스 임시 주총에서 연거푸 패배했다.

이번 주총에서 그는 재반격을 노리고 있다. 한국 롯데가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으면서 ‘신동빈 체제’가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포착하고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잇단 고강도 압수수색과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각종 비리 의혹으로 롯데그룹은 그야말로 ‘패닉상태’다. 검찰 수사 여파로 신 회장의 리더십에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 롯데와 신동빈 회장의 위기는 신 전 회장에게는 ‘반격’의 기회다.

신 전 부회장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0일 “신동빈 회장 경영 체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고, 본격 공세에 돌입했다. 13일에는 변호사 측을 통해 “호텔롯데 회계장부에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발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내용이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 일본롯데홀딩스 주총 표대결…종업원지주회 설득 관건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신동빈 회장의 ‘경영 부실’을 잡아내기 위해 회계장부 분석 작업을 벌여 왔다. 이 때문에 재계 안팎에선 신 전 부회장 측이 내부 비리 정보를 검찰 쪽에서 제공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이 6월 말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을 상정한다. <뉴시스>
신 전 부회장은 주총 전까지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일 서둘러 일본으로 돌아간 것도 이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 28.1%, 종업원지주회 27.8%, 임원지주회 6%, 신동주 전 부회장 1.6%, 신동빈 회장 1.4%, 신격호 총괄회장 0.4%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지분 50%)를 장악했지만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 설득에 실패하면서 ‘경영권 싸움’에서 밀렸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종업원지주회는 130명의 10년차 과장급 이상 직원들로 구성돼있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 부실’과 ‘비리 의혹’을 집중 부각시키며 설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회의 그늘 아래 있는 종업원지주회의 마음을 돌리는 작업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신동빈 회장 측 인사가 이사회를 장악한데다, 앞서 강한 회유책에도 종업원지주회는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종업원 지주회원 1인당 25억원을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음에도 실패했다.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자신하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열린 에탄크래커 플랜트 착공식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신동빈 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총 결과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다”는 말로 자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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