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코리아 시절 박동훈 사장. 검찰은 폭스바겐코리아의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박동훈 사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공격경영’을 진두지휘하며 성공가도를 이어가던 박동훈 사장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자신의 경력을 빛내주던 폭스바겐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폭스바겐코리아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지난 27일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 방침을 밝혔다. 배출가스 조작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과거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었던 그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박동훈 사장은 지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8년 동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을 지냈다. 폭스바겐 한국법인의 첫 사장이었다. 검찰은 박동훈 사장이 폭스바겐코리아 재임 시절 배출가스 조작에 개입했는지, 혹은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 갈 길 바쁜 박동훈 사장, ‘친정’에 발목 잡히나

박동훈 사장에게 폭스바겐코리아는 자신의 경력에서 가장 반짝이는 시기다.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외조카이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촌인 그는 일찌감치 수입차 시장에 뛰어들어 입지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1년 아우디폭스바겐 공식 딜러사 고진모터스 부사장에 오른 그는, 2005년 폭스바겐이 한국법인을 설립하면서 폭스바겐코리아 초대 사장에 올랐다. 이후 폭스바겐은 판매량을 끌어올리며 수입차 시장의 ‘BIG 4’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 덕에 박동훈 사장은 수입차 시장의 ‘대부’이자 ‘베테랑’이란 찬사를 받았다.

르노삼성이 지난 2013년 그를 부사장으로 영입하고, 올해 사장까지 맡긴 것도 이러한 그의 경력과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사장으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그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SM6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출발을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었다.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공언하며 ‘르노삼성 위상 높이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동훈 사장이다.

하지만 훈장과도 같았던 폭스바겐코리아 경력은 이제 그에게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르노삼성 사장으로 새롭게 출발한 중요한 시점에 전 세계적으로는 물론 국내에서도 큰 지탄을 받고 있는 폭스바겐 스캔들에 연루되는 것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최근 폭스바겐코리아 인증담당 임원을 전격 구속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박동훈 사장이 폭스바겐코리아를 이끌던 시절, 배출가스 조작 정황이 집중적으로 드러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2012년 6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연비 시험성적서 48건, 2010년부터 2015년 2월까지 배출가스 소음 관련 시험성적서 37건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동훈 사장은 혐의 입증 여부를 떠나 적잖은 상처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혐의가 입증된다면 본인은 물론 르노삼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직접적인 혐의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업계 관계자는 “박동훈 사장으로서는 법적 처벌 여부를 떠나 현재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르노삼성이 엉뚱한 불똥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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